[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경북 칠곡에서 계모의 폭행에 동생을 잃고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 친언니(13)가 정부 구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4일 법무부에 따르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친족관계가 있더라도 피해자가 ‘범죄 피해 구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이 오는 4월 16일부터 적용된다.
범죄 피해자 구조금은 범죄행위로 인해 사망하거나 상해ㆍ중상해를 당하고도 피해의 전부 혹은 일부를 배상받지 못한 경우 국가에서 피해자나 그 유족에게 일정 금액의 구조금을 지급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번 개정안은 가해자에게 구조금이 실질적으로 귀속될 우려가 없는 경우 친족 범죄 피해자라도 구조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의 범죄피해자보호법 19조는 ‘범죄행위 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부부ㆍ직계 혈족ㆍ동거 친족ㆍ4촌 이내 친족일 때는 구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피해자에게 구조금을 지급하면 가족인 가해자도 정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외적으로 사회통념에 위배된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구조금의 일부 지급이 가능하다는 단서가 있었지만 뚜렷한 기준이나 원칙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친족에게 범죄 피해자 구조금이 지급된 건수는 전체의 2%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친족 사이에서 범죄가 발생하면 구조금 지급이 더 절실한 경우가 많고, 아동학대 등 가정 내 범죄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제도의 사각(死角)지대가 존재한다’는 논란이 이어져 왔다.
실제로 칠곡 계모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지난해 법무부 측은 “계모는 친족(1촌)이므로 원칙적으로 (언니에게) 구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해 친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전보다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각 지역의 판ㆍ검사, 의사 등으로 구성된 범죄피해구조심의회 논의를 통해 구조금 지원이 결정된다”며 “(칠곡 사건 등을 비롯해) 친족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기존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범죄 피해 구조금 지급 상한이 6800만원에서 9100만원으로 33% 인상되며, 국가가 수사ㆍ재판과정에서 범죄피해자에게 형사절차상의 권리 및 피해지원 제도에 관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된다.
범죄 피해자 구조금과 사후 경제적인 지원에 대한 신청도 검찰로 일원화된다. 기존에는 구조금의 경우 검찰청, 치료비 등은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별도로 신청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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