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反아파르트헤이트 투사’ 27년간 수감생활…모든 사람이 평등하며 무지개처럼 조화 이루는 세상 꿈꾸던 ‘민주화의 꽃’ 영원히 잠들다
‘이 시대 최고의 지도자’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지병인 폐렴이 악화되면서 향년 95세의 일기로 5일 밤(현지시간) 타계했다. 용서와 화합의 상징인 그가 서거하자 남아공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그가 평화 속에 잠들었다”며 “남아공의 위대한 아들을 잃었다”고 만델라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남아공의 뉴스 TV 채널 eNCA는 주마 대통령의 성명 발표 장면을 생중계하는 등 현지 언론 매체는 일제히 만델라 전 대통령의 타계 소식을 긴급 기사로 보도했다.
▶추장의 아들에서 투사로=만델라는 1918년 7월 18일 남아공 동남부 트란스케이의 시골마을 음베조에서 템부족 추장 가문 후손으로 태어났다. 만델라는 후에 기독교 계통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은사로부터 ‘넬슨’이라는 서양식 이름을 얻게 된다. 그는 흑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초등학교와 중ㆍ고교를 졸업하고 포트헤어대학에 진학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대학에서 학교의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고 학생회 대표를 사임, 정학을 당하면서 인생행로가 바뀌었다. 요하네스버그로 상경한 그는 변호사 사무실 사환으로 일하다가 흑인 지식층과 교분을 트면서 백인정권의 흑인 차별 정책에 눈을 떠 민주화 투쟁을 시작했다. 34세(1952년) 때 변호사 자격을 획득한 그는 백인의 강고한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 정책에 맞서 현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이끌며 투쟁에 투신했다.
▶무지개국 건설=1990년 2월 11일 27년의 수감생활 끝에 석방된 만델라는 1993년 노벨평화상을 받는다. 백인정권과 만델라가 이끄는 ANC 등 흑인 정당ㆍ단체 등이 협상에 나서 아파르트헤이트 이후의 민주화 시대에 대한 청사진도 이때 그려진다. 1994년 4월 27일 흑인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첫 민주적 선거에서 ANC가 다수당으로 승리했다. 이를 통해 아파르트헤이트 시대가 공식적으로 종식되고, 만델라는 이 나라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나이 76세 때였다. 그는 대통령 재임 기간 백인사회에 대한 보복을 취하지 않고, 역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먼드 투투 주교를 위원장으로 ‘진실화해위원회(TRC)’를 출범시켜 피를 흘리지 않고 과거사를 정리했다. 백인정권 당시 경찰, 군 등 안보기관에 근무하면서 흑인에 대한 테러와 인권 탄압을 자행한 가해자가 TRC에 출두해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할 경우 사면하는 대화합 조치를 취했다.
이를 통해 남아공은 극심한 흑백 갈등을 겪지 않고 안정과 평화공존의 길을 걸었다. 흑인과 백인이 피부색은 다르지만 무지개처럼 조화를 이루는 나라를 지향하게 된 것이다.
▶영원한 정신적 지도자=만델라는 1999년 5년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직에서 퇴임했다. 헌법 규정상 재임이 가능했지만 단임으로 끝냈다. 그는 퇴임 이후 어린이재단, 만델라재단 등을 통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및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퇴치활동과 어린이 교육을 위한 기금 마련과 자선활동을 정력적으로 추진하는 등 사회에 대한 공헌활동을 지속했다.
2001년 전립선암 진단을 받기도 했던 그는 그러나 고령으로 점차 쇠약해지면서 2004년 모든 공식 활동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에도 남아공의 정신적 대통령이자 ‘살아 있는 성인’으로 존경받아왔다.
유엔은 지난 2009년 11월 만델라가 태어난 7월 18일을 ‘만델라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만델라가 67년 동안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정신을 기려 이날만큼은 세계 만인이 하루 중 67분을 할애해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자는 취지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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