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급증 3~4년전부터 객실 부족 심화…서울 관광객 선호지역 신·증축 러시…차별화 통한 호텔 고객확보 진검승부는 지금부터

지난 10월 중순 서울 중구 충무로에 티마크호텔명동이 문을 열었다. 기존 호텔과 달리, 연회장 등의 시설을 최소화하고 유ㆍ무선 인터넷 등 개별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시설을 강화함으로써 가격을 낮춘 ‘투어리스트호텔’이다. 원래 이곳은 한 언론사가 자리 잡고 있던 사무용 빌딩이었다. 명동과 남대문, 남산 등 서울의 관광 명소와 가까운 이 빌딩을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가 인수해 호텔로 리모델링했다. 문을 열 당시 호텔 사전 예약률은 80%를 넘었다. 사실상 만실(滿室) 상태에서 개관한 것이다. 하나투어는 1년 전 인사동에 사무용 빌딩을 개조한 투어리스트호텔 1호점을 열었고, 오는 2015년까지 4대문 안에 3, 4호점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명동의 사무용 빌딩 개조를 통한 투어리스트호텔 개관은 2013년 한국에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호텔 전쟁의 상징적인 사례다.

경제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경제주름살이 깊어지고 있지만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호텔이다. 고도성장의 바람을 탄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호텔 신ㆍ중축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호텔 부족 현상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호텔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은 3~4년 전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추산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호텔 부족 규모(객실 적정 가동률 70% 기준)는 2011년 9700여실에 달했으며, 지난해와 올해도 각각 9400여실 및 8500여실에 이른다. 외국인 관광객을 모집하는 인바운드 여행사 사이에서는 호텔잡기 전쟁이 펼쳐질 정도다.

호텔 전쟁은 다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호텔 신축과 기존 사무용 빌딩의 리모델링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업체들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고, 새로운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한 기존 호텔들의 차별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늘어나는 관광객을 잡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이 등장해 전장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호텔 신축과 기존 사무용 건물의 리모델링 붐이다. 지난해 부족한 호텔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관광숙박시설 확충 특별법’을 시행하면서 인ㆍ허가 요건을 대폭 완화해 호텔 신축이 붐을 이루고 있다.

최대 전쟁터는 서울이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서울의 호텔은 164개에 객실 규모는 2만7232실이었다. 2013년 9월 현재 당국의 승인을 받아 건립이 진행 중인 호텔은 89개소ㆍ1만4498실, 인ㆍ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곳은 22개소ㆍ8547실에 달한다. 이들 호텔이 모두 완공될 경우 오는 2017년까지 총 129개소ㆍ2만4286실이 새로 생겨난다. 서울의 호텔 수가 5년 사이에 거의 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관광객이 늘어나고 관광객의 유형이 다양화하면서 호텔을 포함한 숙박업 유형도 급속한 핵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전통적인 관광호텔과 ‘한국형’ 모텔, 여관이 중심을 이뤘던 한국의 숙박문화는 사라지고 있다. 개별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투어리스트호텔과 취사 기능을 갖춘 레지던스호텔이 속속 등장하고, 저렴한 배낭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와 유스호스텔, 한국의 미를 살린 한옥마을과 펜션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좁게 보면 호텔 전쟁이지만 조금 넓게 보면 숙박업 전쟁이 동시 다발적으로 펼쳐지며, 관광ㆍ여행문화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

호텔 대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2년 정도는 현재의 호텔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겠지만 현재 계획 중인 호텔이 모두 들어서는 3~4년 후에는 공급 과잉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관건은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더 유입될 것이냐, 한국인의 여행ㆍ숙박문화가 얼마나 바뀔 것이냐 하는 문제다. 때문에 모든 전망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 호텔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으며, 신축 경쟁이 치열하면 할수록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호텔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급속한 공급 확대 속에 각 업체의 고객 확보와 차별화를 통한 생존경쟁, 호텔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