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텔의 수급동향 · 수익성 면밀히 살펴보니…

한국에 호텔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80년대 말 개항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9년 일본인이 인천에 ‘대불호텔’을 세운 것이 시초다. 이어 3년 후인 1902년 독일인 손탁이 외국 공관들이 자리 잡고 있던 서울 정동에 ‘손탁호텔’을 열었는데, 이것이 한국 최초의 근대적 호텔로 기록돼 있다. 개항 이후 몰려오는 외국인들을 위한 새로운 숙박시설로 호텔이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대략 110년의 역사를 지닌 셈이다.

이후 호텔의 역사는 일제 침략과 한국 근대화, 경제개발의 역사와 궤를 같이했다. 처음 등장한 상용호텔은 1938년 ‘반도호텔’이다. 일제가 효과적인 한반도 공략을 위해 철도를 개설하고 일본과의 항공노선을 개설하면서 숙박 수요가 늘어나자 일본인이 세웠다. 이를 한국 호텔산업의 출발로 본다. 이후 해방과 한국전쟁의 혼란기를 거쳐 1950년대 중반 미군과 유엔지원단 등의 방한이 늘어나자 민영 호텔이 등장했고, 1960~70년대 수출 중심의 경제개발과 함께 관광호텔이 등장했다.

고도성장이 지속되면서 대외교류가 급속하게 늘어난 1970~90년대 사이에 롯데, 신라, 하얏트, 힐튼, 워커힐 등의 특급 대형 호텔이 등장했고, 2000년대 이후엔 외국의 호텔 체인이 본격적으로 상륙하면서 호텔의 무한경쟁이 시작됐다.

▶뛰는 관광객, 기는 호텔=2013년 호텔 전쟁의 중심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급증이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입국자는 2008년 689만명에서 지난해 1114만명으로 불과 4년 사이에 62%나 늘어났다. 여행 부문의 악재인 일본과의 역사ㆍ외교 갈등에다 중국의 새로운 관광법(旅游法) 시행으로 타격을 받았음에도 올 들어 10월까지 외국인 관광객은 103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6% 늘어났다.

이에 비해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 증가율은 연 3~4%에 불과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특급 관광호텔의 경우 2009년 139개(객실수 3만5768실)에서 지난해 말 현재 145개(3만8476실)로 호텔 수로는 6개, 객실 수로는 2700여실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관광호텔은 2009년 621개(6만7171실)에서 지난해 말 683개(7만4737실)로 62개(10%) 늘어났다.

경제성장의 바람을 업은 중국 관광객은 물론 한류의 전방위적 확산에 힘입어 동남아와 유럽, 미국 관광객이 단기간에 급증하고 있는 반면, 호텔은 신축에서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 심각한 수급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내국인 여행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도 수급불균형에 일조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자체 조사 결과 2012년 말 현재 수도권의 객실 수요는 4만실을 넘으나, 객실가동률을 만실(滿室) 수준인 80%로 잡는다 하더라도 객실 공급은 3만4000실 정도로 6000실 이상이 부족하다.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 약화 요인=국제적으로 비교하면 한국의 호텔 규모는 세계 최저다. 지난 4월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가 140개국의 인구 100명당 호텔 객실 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0.2실로 99위에 머물렀다. 한국의 경제 위상에 비교하면 창피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선 34위로 꼴찌다. 가장 많은 호주와 그리스의 3.5실, 아이슬란드의 3.1실에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뉴질랜드와 스페인(각 2.0실)의 10% 수준이다. 이탈리아 미국 독일 일본 포르투갈 체코 영국 등 관광대국이 모두 평균 1실을 넘었다.

서울의 호텔 객실 보유량을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관광 인프라가 얼마나 열악한지 잘 나타난다. UNWTO가 올 7월 적정 수준을 넘는 호텔 객실 수를 조사한 결과 서울은 2만7742실로 일본 도쿄(13만6008실)와 베이징(13만4818실)의 20% 정도에 불과했다. 런던(11만1000실), 뉴욕(9만200실), 파리(8만1139실)에 비해서도 25~34% 수준에 불과했다. 이들 도시의 객실보유 규모는 한국 전체를 웃돈다.

호텔 부족은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난 4월 UNWTO 조사 결과 한국의 관광산업 전체 경쟁력은 25위를 기록했으나 관광 인프라 경쟁력은 51위에 머물렀다. 한국의 높은 물가(관광산업 가격경쟁력 96위)와 함께 적정한 숙박시설의 부족이 굴뚝 없는 수출산업인 관광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실제 한국관광공사 자체조사 결과 지난 2011년 객실 부족으로 최대 290만명의 외래 관광객이 방한을 취소했다.

▶최대 호황 구가하는 호텔산업=최근 2~3년 사이 한국 호텔은 최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전국의 호텔 객실 평균이용률은 지난 2008년에만 해도 최대 성수기인 8월과 10월에 60%를 넘었을 뿐 대체로 50%대 중반에 머물렀으나, 2010년 60%대 중반으로 올라서더니 2011년 이후엔 80%를 웃돌고 있다. 거의 만실 상태가 2~3년 계속되고 있는 셈이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다 보니 호텔업계에서는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지만, 호텔업계에서는 심각한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길게는 대불호텔과 손탁호텔이 등장한 때로부터 110년, 가까이는 최초의 상용호텔인 반도호텔이 등장한 이후 75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 호텔. 대외 환경 및 국민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함께 변화ㆍ발전해온 호텔산업이 대격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