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임금규제 확산…왜?

글로벌 경제위기로 기업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임원들의 고액연봉이다. 낮은 법인세 등 대표적인 기업 친화 국가로 꼽히는 스위스는 심지어 기업 임원들의 연봉을 규제하는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진행된 투표에서 ‘규제 반대’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지만, 유럽에서 기업 임원들의 고액 연봉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하는 등 시사하는 바가 컸다.

임원들의 임금 규제 움직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위 임원들이 너무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데 대한 국민의 분노에서 시작됐다.

스위스의 경우 지난 2월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다니엘 바셀라 전 회장의 퇴직금이 도화선이었다. 당시 바셀라 전 회장의 퇴직금이 7200만스위스프랑(약 846억원)으로 책정하면서 스위스 국민의 비판 여론이 거셌다. 결국 바셀라 전 회장은 퇴직금을 포기했다.

기업 임원의 연봉제한을 국민투표로 연결시킨 것은 젊은 층이다.

스위스 청년좌파정당인 젊은사회민주주의(JUSO)는 스위스의 소득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기업 CEO의 임금이 같은 기업에서 최저 임금을 받는 직원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안을 제의했다. 이 청원서에 국민 13만명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청원을 국민투표에 부치도록 하는 스위스 헌법에 따라 지난달 투표가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정부가 시장 자유를 침해하면 경제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여론이 막판에 득세하면서다. 우수 인력과 경쟁력 있는 기업이 스위스를 떠날 것이라는 등 경제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고액 퇴직금을 뜻하는 ‘황금 낙하산(golden parachute)’을 비롯한 급여 결정 과정에서 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장 마르크 애로 프랑스 총리는 “국영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봉 제한과 유사한 조치를 대기업 임원들에게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을 대상으로 ‘보너스 상한제’를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연봉 50만유로(약 7억원) 이상을 받는 은행 임직원들의 보너스를 고정급의 최대 200% 이내로 제한하게 된다.

미국은 2009년 2월 제정한 ‘경제회복 및 재투자법(경기부양법ㆍARRA)’을 통해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받을 금융기관의 경영진에 대한 성과급 지급 제한과 이미 지급된 성과급에 대한 환수 규정을 도입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뿐만 아니라 기업 내에서도 ‘살찐 고양이’로 불리는 오명을 벗기 위한 변신이 시도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9개 대형 투자은행들이 올해 수익 상승에도 불구하고 연봉, 보너스, 상여금 등을 포함한 보수를 5%가량 감축했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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