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중문화 키워드

‘응사’ 이어 영화 ‘변호인’·드라마 ‘미스코리아’ 70~80년대 추억팔이 영화·드라마 줄이어

카페와 라디오에선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가 연일 흘러나오고, TV에선 화장품 회사 직원들이 미용실을 들락거리며 ‘미스코리아’를 찾아 헤맨다. 스크린 속 법정에선 공장노동자들과 ‘야학’을 한 대학생들을 두고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따진다. ‘부정선거 논란’과 ‘내란음모 사건’ ‘노동자 파업투쟁’ ‘노조간부 체포’ ‘대학가 대자보 화제’ 등 일간지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뉴스까지 더하면 지금이 과연 어느 시절인가 싶다. 정치는 말고라도 대중문화는 지금, 과거로의 여행을 즐기고 있다. 대중문화의 시계는 1990년대도 모자라 1980년대를 거쳐 1970년대까지도 거슬러 올라간다. 복고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점화되고 최근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절정을 맞은 대중문화의 복고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18일 개봉한 ‘변호인’은 19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변호사 시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영화로, 1981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부림사건’에서 소재를 빌려왔다. 1980년대 국가권력이 용공사건을 조작하고 폭력을 자행해 국민들이 숨죽여 살아야 했던 당시의 살벌했던 풍경이 그려진다. ‘변호인’은 개봉 직후 단숨에 압도적인 성적으로 흥행 1위에 올랐다.

TV 드라마의 시계는 1990년대 중반에 맞춰졌다. ‘응답하라 1994’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2집(1993년 발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농구대잔치’가 젊은 세대를 열광하게 했던 1990년대 중반 대학 신입생들의 연애담을 그렸다. 케이블채널로서는 기록적인 시청률로 지상파TV의 아성을 깨뜨렸다. 1990년대 중반은 대학가에서도 이념의 시대가 가고 대중문화가 폭발했던 시기다.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과, 공일오비의 ‘신인류의 사랑’,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유행했던 ‘건축학개론’의 시대이기도 하다. 최근엔 MBC TV에서 방영이 시작된 드라마 ‘미스코리아’는 1997년이 배경이다.

내년 초 개봉예정인 이종석 박보영 주연의 영화 ‘피끓는 청춘’은 1982년이 배경이다. 충청도 고교생들의 연애담을 그린 작품으로 ‘농촌 로맨스’를 표방했다. 스크린의 복고 열풍은 1980년대에 이어 1970년 초까지 거슬러 올라갈 전망이다. 유하 감독이 준비하고 있는 김래원 이민호 주연의 ‘강남블루스’는 강남 개발사를 소재로 한 액션 누아르다. 강남이 허허벌판이었던 시절 정치권력이 폭력 조직과 결탁해 부동산 개발 붐을 일으킨 시대, 어두운 역사에 휩쓸려 들어간 두 청춘의 이야기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가 빠진 복고 열풍은 대중문화의 주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떠오른 30~40대의 세대적 경험과 정서를 반영한다. 그들에게 가장 가까웠던 20대의 대학시절로부터 10대 중고교 때의 풍경에 이어 유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추하는 작품들이 다수를 이룬다. 과연 이들 작품들이 ‘건축학개론’과 ‘응답하라 1994’처럼 세대 공감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