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 외면에 속타는 정부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발표한 다양한 통일 사업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통일을 주제로 다루는 만큼 북한의 협조가 필요한 사업이 다수인데, 남북 간 대화조차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을 제외한 채 통일만 외치는 ‘반쪽’사업으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광복 70주년인 8월 15일에 통일헌장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미 초안 작성은 마친 상태이며, 공론화 과정에서 수개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전에 미리 공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통일헌장은 통일의 당위성, 원칙, 과제, 그리고 통일 한반도의 미래상 등을 담게 된다. 통일국가의 청사진을 공식화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정작 통일의 당사자인 북한과 논의는 현재까지 진전이 없다. 이대로라면 남한 홀로 통일 미래상을 외치는, ‘자기만족’ 식의 통일헌장에 그친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추진하지만, 기존 통일 정책과 차별화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기존 남북이 함께 작성한 6ㆍ15 남북공동선언 등보다 의미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면 북한과 논의를 할 수 있겠는데, 설사 북한과 협의할 수 없더라도 발표는 예정대로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 밖에도 정부는 올해 다양한 통일 관련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에서 신의주, 나진 등을 연결하는 한반도 종단철도 시범 운행, 광복 70주년 남북공동기념위원회 구성, 서울ㆍ평양 남북겨레문화원 동시 개설 등이다. 문제는 이들 사업이 모두 북한의 협력이 없다면 진전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남북 관계에서 3월 이후는 소위 ‘비수기’란 점도 난관이다. 3월부터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되고, 한반도 내 풍향이나 풍속이 대북 전단 살포에 유리하게 바뀌면서 전단 살포에 북한이 한층 민감해지는 시기이다. 때문에 통상 3~4월은 대북정책에선 ‘비수기’로 통한다.

게다가 북한이 최근 대화 전제 조건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철회, 대북 전단살포 방지 등을 언급하고 있어 예년보다 더 냉랭한 기류가 예상된다. 2월 내에 진전이 없는 한 상당기간 ‘개점휴업’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2월이 시기적으로 중요한 이유이다.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는 게 일순위이지만 돌파구가 마땅치 않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을 다 수용하면서 대화를 재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북한이 진정 대화할 의사가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응하지 않는 건 온당하지 않은 태도”라 밝혔다.

한편, 정부는 올해 통일 문화 사업의 일환인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추진과 관련,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람사르협약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북한 인사에게 평화공원 구상을 직접 설명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인사가 특별한 반응 없이 우리의 설명을 경청했다”고 전했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