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최대 우방국인 미국을 편들었다가는 중국과 관계 소원…북핵문제 해결엔 되레 毒
동북아 균형자론 내세우며 中에 기울면 주한미군에 인계철선 의존 차질 올수도
야스쿠니 참배 강행·위안부 피해자 배상문제 등 잇단 도발로 악영향…양국관계 정상화 머나먼 길
올해와 같은 갑오년(甲午年)인 1894년, 조선에서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을 핑계로 한반도에 군대를 보낸 청나라와 일본 제국주의가 한반도를 전장 삼아 이른바 청일전쟁을 벌였다. 그야말로 국운이 백척간두에 섰지만 자신의 땅에서 벌어진 제국주의 열강들의 경쟁을 막을 수 없었던 힘없는 조선은 어느 나라의 편에 서야 종묘사직을 보존할 수 있을지 눈치작전만 벌이다 1905년 을사조약으로 일본에 외교권을 넘겨야 했다. 다음 갑오년인 1954년, 한반도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본격 냉전의 시기에 돌입했다. 이후 한반도는 미(美)ㆍ소(蘇) 양 슈퍼파워가 자존심과 파워를 겨루는 대결의 첨병에 서야 했다.
청일전쟁 이후 육십갑자(六十甲子)가 두 번이나 지난 2014년. 한반도 주변에서 밀려오는 동시다발적 파도는 벌서부터 험난한 갑오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G2)의 동아시아 패권경쟁은 한국의 외교력이 여태껏 겪지 못한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7년4개월 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서 보듯 일본의 계속되는 우경화는 한반도 안보 지형의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그 어느 것 하나 풀기 어려운 난제다. 그만큼 외교ㆍ안보 분야에선 박근혜정부의 험난한 한 해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와 관련, “올해는 G2의 패권경쟁과 일본 우경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안보지형이 급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의 한 축으로 내세운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보다 정교하게 구체화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실행하는 한편, 한ㆍ미 동맹은 물론 중견국가들과의 전략적 외교 강화를 통해 한국의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위기의 근원지는 최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로 표면화되고 있는 동북아에서의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다. 무엇보다 힘에 기반을 둔 중국의 일방적인 외교가 미국과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G2의 갈등은 자칫 잘못하면 동북아 지역에서의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국제사회는 기존 세계 패권국인 미국의 약화와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 패권국 중국의 부상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집권 2기를 맞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의 발목을 잡았던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종료하고 다시 아시아에 주목하면서 최근 아시아ㆍ태평양 재균형(Asia Rebalancing) 전략을 재천명했다. 한ㆍ미 동맹과 미ㆍ일 동맹의 강화, 이 지역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아세안(ASEAN) 국가와의 연대 강화를 통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로 진출하려는 중국을 봉쇄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을 통해 경제적 우방을 든든히 챙기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신대국관계(New Power Partnership)를 통한 태평양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맞설 수 있는 현대적 군사력을 건설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란 핵협상이 본궤도에 오르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도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 방공식별구역은 미ㆍ중 패권 경쟁의 전초전으로 앞으로 갈등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외교안보 관계 전문가도 이와 관련, “동북아 정세에서 앞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의 행동”이라면서 “국제규범을 무시한 중국의 대국주의적이고 일방적인 행동이 정세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미ㆍ중 간 패권경쟁에 잘못 대응할 경우 중국의 팽창과 미국의 봉쇄 구도 속에 한국이 중간에 끼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양 강대국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한국은 어느 한 쪽의 편에 서도록 강요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한국에 미사일방어(MD)시스템 참가를 계속 요구하거나, 중국이 일본의 역사 왜곡에 공동 대응하자고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 역시 “한국의 정치적 운명을 어느 쪽에 걸겠느냐”고 묻는 질문과도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로선 어느 한 쪽 편에 설 수도 없는 처지다. 한국이 동북아의 다른 국가 들에 비해 미ㆍ중 경쟁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북한 때문이다. 북핵 문제 해결과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가장 큰 후원자이자 후견인 노릇을 하는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거 노무현정부 시기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우며 미ㆍ중과 동일한 거리를 유지, ‘세력 균형자(power balancer)’로 행동하겠다는 것 역시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한미군의 인계철선에 대북 안보전략을 상당부분 기대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물론 박근혜정부의 지지기반인 보수세력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원호연 기자/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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