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59회> 감추어진 승부 83
뽀빠이 이상용 씨가 진행하는 병영 쇼는 장병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어머니가 장막 뒤에 숨어서 목소리를 내고, 드리워진 장막 앞에 도열해 있던 장병들이 목소리만으로 제 어머니를 찾아내는 대목에서는 보는 이의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어머니~!”
“오메, 내 새끼야!”
장막이 걷히면, 대개 이런 식으로 상봉한 모자의 안면에 한바탕 눈물이 휩쓸고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 눈물이 점차 객석으로 전염되면서 급기야는 쇼를 관람하던 장병 전원이 눈물, 콧물을 훌쩍거리게 되고야 마는데…
라사 중심부에 위치한 썬라이즈 호텔 꼭대기 층, 전망 좋은 어느 디럭스 룸 안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외적 상황은 뽀빠이가 진행하는 병영 쇼와 별로 다를 바 없었지만 내면적인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조선시대, 서자였던 홍길동이 읊은 이 명대사를 기억하시는지. 첩의 자식이기 때문에 제 아버지를 감히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그 슬픔을 감지하실 수 있는지.
현성애의 손에 이끌려서… 옆방과 접해있는 벽면에 귀를 찰싹 붙인 유호성은 문득 홍길동과 같은 내면적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양쪽 귀를 번갈아 대보며 감지해보아도 옆방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엄마 신희영의 음성과 너무 똑같았다.
“못 참겠어, 못 참겠다고!”
“아침부터 이러면 어떡해요? 좀 참으시라고요.”
“더 이상 못 참겠다니까?”
누가 들어도 욕정에 굶주린 중년 여인과, 그녀의 마수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젊은 청년 사이의 사랑흥정이었는데…. 하필이면 그 중년 여인이 자기 어머니인 것 같다고 여겨졌으니 도무지 이 난감함을 어이 달랠까?
‘머나먼 외국 땅에서 재회한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
마른 벽만 긁어대는 유호성의 심정을 현성애는 알 재간이 없었다.
“저 아줌마, 참… 처량하다. 그쵸?”
“으음! 무슨 사연이 있겠지. 아마 남자 놈이 찌질한 놈일 거야.”
사실 옆방의 신희영은 고소증세가 심해져서 자꾸 토악질이 일어나는 걸 참지 못하고, 젊은 샛서방 박박진진에게 일종의 어리광을 부리는 중이었다. 아픈 와중에도 어리광을 부리려니 자연히 콧소리가 새어나올 수밖에. 그걸 엿듣는 옆방에서는 유독 콧소리에 신경을 쓰게 되니 더욱 가증스럽게 여겨질 수밖에.
“바야흐로 옆방에서도 불이 붙는 모양인데… 우리도 불장난이나 할래요?”
장소가 호텔방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몸에 걸친 옷이 비바람 술술 들이치는 허풍선이 포대자루여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장방형으로 펼쳐져 있는 침대가 너무 푹신거리기 때문일까? 현성애는 꿈꿈해지는 감정을 미처 다잡지 못하고 침대 위에 길게 누운 채로 두 다리를 번쩍 들어올렸다.
가뜩이나 헐렁한 포대자루가 미끈한 두 다리에 감겨있을 리 만무했다. 포대자루가 스르륵 미끄러져 내리니 엉덩이 부위가 유독 선정적으로 드러나게 마련.
“우리 별 꼴을 다 당했잖아요? 액땜 삼아 불장난이나 하자니까? 옆방 커플처럼.”
현성애가 대충 코맹맹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유호성은 여전히 벽에 귀를 붙인 채 꼼짝 않고 있었다. 못 참겠다고 애걸하며 말꼬리를 굴리는 투가 영락없는 제 엄마 신희영이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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