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새 장 연 JTBC 공중파서 사라진 性을 무대위로
누구나 아는 농밀한 우리 이야기 이중적·위선적 문화의 간극 줄여
신동엽·성시경·허지웅·샘 해밍턴… B급으로 빠지지 않는 MC들의 힘
요즘 지상파 토크쇼들이 힘들다. ‘고쇼’에 이어 ‘화신’도 폐지됐다. 지상파에서 스타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토크쇼는 ‘힐링캠프’와 ‘해피투게더’정도다. ‘라디오스타’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게스트의 답변을 듣는 토크쇼가 아니다. 네 MC가 달려들어( ‘물어뜯기’) 게스트에 관해 얘기하고, 이에 대한 게스트의 반응을 보는 토크쇼다. 여기서 많이 당한 게스트가 결국 빛을 보게 되는 역설이 ‘라스’를 살아남게 했다. 그런 가운데 JTBC ‘마녀사냥’이 새롭다는 평을 내릴 만한 토크쇼로 주목받고 있다.
‘마녀사냥’은 소재가 특별하지는 않다. 연애 이야기다. 연애에서 연결되는 일상적인 곁가지까지 토크의 범주다. 성인남녀 간 연애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성(性)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에서 ‘성’은 거세된다. 가상 부부놀이인 ‘우리 결혼했어요’도 집안에 침실은 있지만 ‘성’에 관한 롤플레이는 하지 않는다. ‘야심만만’이라는 토크쇼에서도 연애 심리에 관한 네티즌 설문과 연예인 게스트의 토크가 있었지만 ‘성’에 대한 토크를 이어가지는 않았다.
‘마녀사냥’은 이 점에 착안해, 오히려 성에 관한 이야기를 과감하게 풀어놓는다. 20ㆍ30대의 ‘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위가 예상보다 높고, 거침이 없다. 여대생이 복학생 선배 남자와 섹스 파트너 관계를 유지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애인 외에 또 다른 남자와 잠을 잔다는 여성의 사연도 올라온다. 2부 ‘그린라이트를 꺼줘’에서는 이런 사연에 대한 생각을 딸과 함께 온 엄마방청객에게 묻기도 한다.
농밀한 사적인 성 문제를 노골적으로 털어놓은 게 먹혔다. “너무 심한 것 아니냐”라는 반응이 없지는 않겠지만, 솔직하게 욕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에 이끌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섹드립(섹스 애드립)’의 대가인 MC 신동엽마저도 “제 자신이 젊게 산다고 생각하지만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젊은이들을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솔직하다고 모든 게 용서되는 건 아니다. 잘못하면 “더럽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녀사냥’이 B급, C급으로 빠지지 않고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에는 최적화된 네 MC의 공이 컸다.
케이블에서 이런 야한 이야기를 양지로 끄집어낼 수 있는 A급들이 필요했다. 비호감MC가 이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 역시 ‘19금 토크의 대가’ 신동엽이 이를 잘 풀어내 호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신동엽만으로는 새롭지가 않다. 성시경이라는 MC의 가세로 새로움이 살아났다. 성시경은 지적인 이미지에 솔직, 과감한 모습, 여성을 이성으로 바라보는 발라더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무릎팍도사’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를 제대로 못 풀어낸 성시경은 ‘1박2일’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지만 ‘마녀사냥’에서는 자신의 영역을 발견한 것 같다. ‘욕정발라더’ 성시경은 남녀 심리를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반짝한다.
일찍부터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신동엽과 성시경의 토크가 일반인과 다른 연예인의 특별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져 시청자와 공감대 유지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둘 다 워낙 디테일이 강한데다 최근까지 일반인으로 살아온 허지웅이 가세해 자기만의 거침없는 성담론을 펼친다. 이혼 경력이 있는 허지웅은 ‘무성욕자’라는 캐릭터를 얻었다. 샘 해밍턴은 국외자의 시선으로 이야기의 지평을 넓혀 한국인들끼리 음담패설하는 느낌을 막는 데 일조한다. 이렇게 해서 4MC 스튜디오는 연애상담소 분위기가 됐다.
2부에서 허지웅과의 대척점에 있는 매거진 코스모폴리탄 피쳐 에디터 곽정은과, ‘성’을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모델 한혜진, 남심ㆍ여심 구도 외에 게이심(?)을 들려주는 홍석천까지 모두 적소에 배치돼 있다. 홍석천은 여자도 못하는 여자 얘기를 던질 때도 있다. 가령, 남자와의 잠자리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 같은 여자들의 진짜 고민을 먼저 말해 이야기의 물꼬를 트기도 한다.
공식적인 자리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는 말의 차이가 많이 나는 사회일수록 삶이 피곤하다. 지상파의 납량특집에 여자연예인이 수영복만 입고 나와도 난리를 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케이블에서는 클럽에서 부비부비하는 10ㆍ20대 ‘딴 세상’ 문화가 싹트고 있었다. ‘마녀사냥‘은 이런 이중적인 세상, 위선의 문화 간극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중년들도 젊은이들을 이해하려면 ‘마녀사냥’을 한 번 시청해 볼 만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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