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라인업’이었다. 올초 군대예능 인기의 도화선이 됐던 ‘푸른 거탑’을 시작으로 ‘꽃보다 할배’가 지상파를 위협하며 유사 프로그램을 양산했다.‘속편 징크스’는 보란듯이 깼다. ‘응답하라 1994’는 최고 10.0%의 시청률로 전세대가 응답했다. 개국 7년, 케이블-라이크(like)를 버린 tvN의 현재 라인업을 완성한 것은 이덕재(45) 본부장이다.
케이블TV의 일선 PD로 뛰다 2003년 CJ E&M에 입사한 이덕재 본부장은 XTM을 거쳐 2008년 7월부터 tvN에 몸 담았다. 채널팀장으로 시작해 2010년부턴 방송기획국장을 지냈고, 최근 CJ 인사 때 본부장(상무)로 승진했다.
이 본부장이 tvN에서 몸 담은 시간동안 채널은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자극적인 ‘B급 정서’ 일색이던 개국 초반에 비한다면 지금의 tvN은 ‘착한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개국 1년 8개월 만에 tvN에 입성했던 이 본부장이 채널팀장으로 자리하며 주력했던 것은 ‘대중친화’ 채널로 목표를 설정하고 시청층을 바꾸는 작업이었다.
“케이블 채널은 타겟지향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개국 초반 ‘센 콘텐츠’로 이슈를 일으키고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도 있었죠. 제가 tvN에 온 뒤 꿈꿨던 것은 5년쯤 후엔 자극적인 색을 지우고 젊고 트렌디한 채널로 바꾸겠다는 것이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tvN은 콘텐츠 강자로 떠올랐다. ‘콘텐츠 브랜드’가 미래 먹거리라고 판단하는 경영진의 마인드는 꾸준한 장기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해마다 곱절 가량의 투자를 통해 지상파보다 더 많은 자체제작 콘텐츠를 생산한다. 100% 자체제작채널인 tvN은 2008년 같은 달과 비교해 광고매출은 4배나 뛰었다. 원천 콘텐츠 보유율이 높다보니 CJ E&M의 전 방송채널은 올 한 해 무려 9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본부장은 올해 개국 7주년을 맞으며 새롭게 설정한 목표가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2049세대 타깃 시청률을 견고하게 만들고, 국민의 기본 트렌드를 반영한 글로벌 통용 콘텐츠를 통해 단지 케이블이 아닌 지상파를 넘어 글로벌 채널로 나아가는 것, 시청자들이 tvN을 만난 것이 행운이고, 지치고 힘들 때 위안이 되는 유익한 느낌을 주겠다는 것이 올초 목표였습니다.“
목표달성 과정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투자와 지원은 당연하고,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도 발빠르게 대처했다. “다양한 니즈를 가진 무형의 자산을 알리기 위한 콘텐츠 마케팅”에도 힘을 쏟았다.
특히 TV 시청층의 연령대는 높아졌지만, 정작 젊은 세대의 감각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소외된 50대를 공략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이 본부장은 이들 4050 세대를 “대중문화 시장에서 소외된 세대”로 봤다. TV는 아이돌이 점령해 습관적으로 드라마 콘텐츠만 소비 중인 세대, 레코드 가게가 사라지며 음악도 잃어버린 세대라는 것이다. 강력한 플랫폼을 가진 지상파에선 아침, 저녁 드라마와 교양물로 공략하지만, tvN에선 “그들에게도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자”고 판단했다. ‘퍼펙트 싱어’와 ‘꽃보다 할배’, ‘강용석의 고소한 19’는 50대 이상 시청층을 겨냥하고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응답하라 1994’의 경우 세대공감 키워드를 안고 시작했지만, 10대부터 50대 이상을 아우르며 전세대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
TV로는 다양한 편성으로 시청층을 넒히고자 했고,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젊은 세대는 양질의 콘텐츠로 사로잡는다는 전략이 통했다. 젊은층을 타깃으로 삼아왔던 오랜 전략은 지금의 tvN을 키운 원동력이기도 하다. “투니버스를 시청하던 아이들이 문화콘텐츠를 소비하는 능동적인 마케터로 성장해 TV시청률 못지 않은 버즈량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가족드라마를 지향하며 ‘금토드라마’ 시대를 연 색다른 편성전략도 세웠다. 이 본부장은 채널에 대한 ‘콘텐츠 강자’라는 외부 인식과는 달리 새로운 편성에 대해 “결핍에서 비롯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시장개척을 해야하는 열악한 매체력이 지상파가 길들여놓은 시청패턴에서 소외한 계층을 공략했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비전은 현재 tvN의 행보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이 본부장은 “향후 tvN의 목표는 시청자들이 불편하고 불쾌하게 생각하는 콘텐츠는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응답하라 1994’와 같은 패밀리 지향 콘텐츠를 통한 국민과 함께 가는 대중친화 채널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처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공헌 채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생각이다. 연예뉴스 프로그램인 E뉴스도 개편을 앞두고 있다. “연예인과 국민이 친해질 수 있는 매치메이커의 역할을 할 뿐 다시는 이슈를 파헤치는 뉴스는 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당연히 그 중심엔 ‘콘텐츠’가 있다.
“콘텐츠는 가치를 생산해야 합니다. TV를 소비하는 시청자에게 시간은 가치입니다. 그들의 한 시간을 아깝지 않게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렇게나 만들어선 콘텐츠가 가치를 생산할 수 없습니다. 파장을 일으키는 가치있는 콘텐츠의 비지니스화로 상생할 수 있는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tvN의 비전입니다.“
[사진제공=CJ E&M]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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