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미소, 눈가를 촉촉하게 만드는 감동을 주는 영화 ‘소원’(감독 이준익)이 개봉했습니다. ‘소원’은 9세 여아(소원)에 대한 성폭력을 소재로 이러한 아픔을 이겨나가는 가족의 사랑을 주제로 한 희망을 담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자식(특히 딸)을 둔 부모에게는 너무나 잔인하고 끔찍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품에서는 동종 전과가 있는 가해자가 9세 여아를 성폭행하고 그 과정에서 상해까지 가했음에도 12년 형 밖에 받지 않았습니다. 정말 피해자의 부모 입장에서는 불타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게 할 정도로 약한 형벌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가해자에게 직접 응징하고 싶지만 직접 응징하는 ‘자력구제’는 원칙적으로 법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피해자 측에서 가해자를 직접 응징하면 보복행위로 사회질서가 혼란스럽게 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실제로 여자 아이를 성폭행하고 상해까지 가한 경우 어떻게 처벌되는지 알아볼까요. 가해자의 죄명은 ‘강간상해’입니다. 강간상해에 대해서는 형법(제301조)에서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는 형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법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될 것입니다.
강간 상해에 대해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0년 이상의 징역이라고 규정하면 될 것을 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고 정했을까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의미는 10년 이상 30년 이하(가중한 경우 50년 이하)라는 말입니다. 검사가 기소한 가해자인 피고인에 대하여 법원은 이러한 법정형의 범위에서 피고인의 범행 수법, 경위, 태도 등에서 형의 가중요소와 감경요소를 고려해서 형을 선고합니다. 작품처럼 9세 여아에 대한 강간 상해는 공소시효(예를 들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25년) 규정도 적용이 배제됩니다.
다음으로는 영화 속에서 음주와 관련하여 주장하는 ‘심신상실’이 무엇인지 살펴볼까 합니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구성요건, 위법성, 책임을 갖추어야 하는데 심신상실은 책임과 관련됩니다. 즉 위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인정되지 않으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형법 제 10조는 심신상실자(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에 대해서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심신미약자(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에 대해서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심신상실자는 책임을 조각해 처벌하지 않고 심신미약자에 대해서는 법에 정해진 형벌을 감경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에 대해서는 심신상실자나 심신미약자로 보지 않고 일반 피고인과 동일하게 처벌합니다. 실제로는 영화에서처럼 음주로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심신미약이나 심실상실을 주장한 경우 음주상태를 감경사유로 본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음주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에게는 형을 감경이 아니라 가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주로 인한 행위라고 처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하면 법원이 음주를 조장하는 꼴이 되고, 피고인들은 모두가 음주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지 않을까요?
가족에 다가온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가족애를 그린 영화 ‘소원’의 소재인 성폭력범죄는 실제 사건이라고 합니다. 실제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알지 못하여 이와 유사한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신 분들이라면 ‘소원’이의 가족처럼 분노를 느끼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러한 분노를 해소할 수 없지만 실제로 법에서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자문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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