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냥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부족할 만큼, 이즈음의 가을 풍광은 빛깔엔 기품을 더해 차분하면서도 따뜻해지고, 때론 마음 끝을 아릿하게 건드리며 하루하루 깊어간다.
내가 일하는 광릉숲에선 언제나 가을엔 눈으로 코로 호사를 누려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단풍 빛에 넋을 놓아 버리기도 하고, 매년 이즈음이면 계수나무 낙엽이 지면서 만들어내는 달콤한 솜사탕 향기에 취하며 말이다.
올해는 여기에 하나 더 보태어 숲속의 소리가 와락 가슴으로 들어와 버렸다. 계기는 내가 일하는 우리 국립수목원에 만들어진 ‘소리정원’이다.
처음 수목원이 조성되던 20여년 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일 장소를 고려해 만들었던 너른 광장의 복개천 포장을 걷어내고 실개울이 흐르던 옛 물길을 되살린 것이다.
좋은 숲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어하는 국민들의 가치와 요구도 바뀌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연 그대로의 계류들은 토양수분과 공중 습도를 조절해줘 나무도 건강하게 살고, 사람도 쾌적하게 느낄 수 있게 도와주니 진정한 수목원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면서 자연형 개울로 복원하며 그 공간에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어우러진 ‘소리정원’으로 진화시킨 것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물소리의 다채로움이다. 가만히 귀 기울여 물길을 따라 걷노라면 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계곡의 물은 큰 바위를 만나면 떨어지고, 이리 굽고 저리 휘며 높고 낮은 물길을 따라흐르며 제각각 다른 물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내 몸의 섬세한 각각을 들깨워 정다운 이와 소곤소곤 사분사분 그 길을 걸으며 물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은 말 그대로 힐링 그 자체이다.
여기에 바람의 소리가 보태지기도 한다. 바람이 물가의 갈대를 흔들기도 하고, 나무의 낙엽들을 털어내 물 위에 띄우기도 하며 때론 지면에 떨어진 잎새들을 굴리기도 하며 소리를 내는데 그 간격과 강도에 따라 긴장과 평화가 오간다. 새들이 열매들을 찾으러 풀섶을 오가며 내는 새소리도 일품이다.
실개울이 흘러 흘러 수생식물원이 만들어진 연못에 모이고, 광릉 숲을 관통하는 왕숙천으로 흐르게 되는데, 이른 아침 이 수생식물원에 찾아든 원앙 가족들이 물위를 헤엄치다 파다닥 날아오르는 순간, 새소리와 물소리와 수련의 잎새들이 들썩이는 소리까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소리의 향연은 내가 아는 한 가장 멋진 자연의 교향악이 된다.
소리정원은 국립수목원만이 아니라 어디에나 있다. 낙엽이 쌓인 숲길의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 억새밭을 오르며 바람을 바라본 순간, 산책 나간 공원에서 바람 따라 움직이는 플라타너스 잎새를 잡으러 쫓아가며 아이가 까르르 웃는 순간… 모두가 내 마음만큼 들을 수 있는 이 가을의 소리향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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