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부잣집 마마보이, 또 다른 이들에게는 수련한 외모의 호동왕자, 철 없는 아들, 탈주범, 조직 중간 보스 깡패 아저씨로 저마다의 기억에 다양한 역할로 각인돼 있는 배우 정경호가 이번에는 욕쟁이 톱스타 마준규로 분했다.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를 통해서다.

'롤러코스터'와 함께하는 4개월 동안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간다는 정경호와 최근 삼청동에서 만남을 가졌다.

정경호는 '무정도시'로 먼저 대중과 만났지만 군 제대 후 바로 촬영에 돌입한 작품은 '롤러코스터'였다. 공교롭게도 제대 후 선보이는 모습은 마약조직의 중간 보스이자 언더커버의 서현과 욕쟁이 한류스타 마준규로 전혀 다른 색깔의 캐릭터다. 극과 극의 캐릭터를 연기한 정경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정도시'로 더 대중들을 먼저 만났지만 제대 후 바로 촬영을 시작한 건 '롤러코스터'였어요' 군대에 있으면서 하고 싶었던 연기에 대한 갈증을 마준규로 해소했죠. 마준규라는 역할을 하고 나니 '무정도시'의 정시현처럼 차분한 역할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너무 성격이 다른 두 캐릭터라 촬영하면서 재미있었어요. 물론 정경호라는 표현의 매개체가 같기 때문에 닮은 점은 있겠지만요."

‘롤러코스터’는 욕쟁이 한류스타 마준규가 탑승한 비행기가 태풍에 휘말려 추락 직전의 위기에 빠지면서 펼쳐지는 코미디 영화로 정경호 외에도 김재화, 한성천, 김기천, 김병옥, 최규환, 이지훈 등이 출연한다. 특히 하정우가 메가폰을 잡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개봉 전은 물론 제작단계에서부터 많은 이목을 끌었다. 배우 선배이자 감독인 하정우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선배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하진 않았어요. 동네형으로서, 또 존경하는 사람으로서, 같이 영화라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촬영했어요. (하)정우 형은 감독이라는 위치에서 딱히 디렉션을 하진 않았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함께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함께 작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롤러코스터'는 빠른 호흡과 하정우의 색깔이 묻어나는 재미있는 대사들로 가득차있다. 대중에게는 독특한 유머를 지칭하는 신조어 '병맛'이라는 말이 붙어 '병맛 코드 유머'로 불리기도 한다. 정경호는 병맛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해보였다.

"병맛이라는 단어를 부산국제영화제 때 처음 알았어요. 저는 그 말이 욕을 뜻하는 건줄 알았는데 독특한 코미디를 뜻하는 신조어더라고요. 보통 영화가 마지막에는 감동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저희 영화는 그런 것이 없죠.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병맛코드로 표현했어요. 상업코미디와는 분명히 차별이 있어요."

"일반시사,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GV를 많이 했는데 일단 지금까지는 모든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제 앞이라 물론 재미있다고 말해주신 분들도 계실테지만 특이하고 일반적인 코미디와도 좀 많이 다르기도 해서 보신 분들 중에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

러닝타임 내내 빠르게 치고 나오는 대사와 호홉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지만 살짝 다른 관점으로 살핀다면 '모든 캐릭터의 하정우화'로도 비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경호는 이것조차 "서로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며 팀워크를 과시했다.

"정우 형이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에 정우 형의 색깔이 들어간 것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10년 동안 함께 무대에서, 또는 사석에서 친하게 지냈던 연기자들이라 정우 형이 출연하는 배우들의 성향을 정확하게 알아요. 특히 감독 하정우는 배우 정경호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뭔지, 채워줘야 하는 부분이 알기 때문에 그렇게 비쳐질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정경호는 '롤러코스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장면을 꼽았다. 사실 모든 장면이 기억에 남고 소중하다는 그였지만 잠시 머뭇거리다 친절하게 인상 깊은 장면을 전했다.

"뜨거운 커피를 가져다 준 스튜어디스에게 욕설을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진짜 그 장면은 몇 십번을 봐도 웃겨요. 정우 형도 그 장면이 많이 웃기다하시더라고요. 또 비행기가 태풍을 맞아 제대로 착륙하지 못하자 한명 한명의 승객들에게 발악하는 신이요. 제자리에서 발악하는 거였는데 찍다보니 마준규가 승객한테 받는 스트레스 엄청 난 것 같아서요."

또한 그는 재벌회장, 그의 비서, 스튜어디스, 신혼부부, 안과의사, 기자, 스님 등 다양한 등장인물 중에 안과의사 역을 맡은 이지훈 역을 '롤러코스터'의 히든카드로 치켜세웠다.

"그 장면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이)지훈 형과는 눈을 마주치면서 연기를 안해요. 연기하는데 너무 웃겨서 일부러 피하면서 촬영했어요. 정말 너무 웃겨요. 저는 그 캐릭터가 제일 웃긴 것 같아요. 눈 여겨 보시면 '롤러코스터'를 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롤러코스터' 씨스타 '나 혼자' 노래가 BGM으로 깔리잖아요. 그게 또 어떻게 된거냐면 정우형이 용감한 형제랑 촬영 전날에 술을 마신거예요. 그 노래가 대히트를 친 만큼 정우형도 그 노래를 좋아했고요. 그래서 용감한 형제에게 이 곡을 영화에 써도 되냐고 물어봐서 그 노래가 영화에 삽입이 된거예요. 그런데 김병옥 선배가 스님으로 나와서 염불을 외우는 대본이 씨스타의 '나 혼자'를 염불처럼 외워야하는 것으로 수정된거예요. 김병옥 선배가 캐릭터를 조금 더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서 2박 정도를 절에서 지내다 오셨거든요. 현장에서 씨스타 노래로 바뀌어서 많이 아쉬워하셨죠."

'롤러코스터'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놀이기구 롤러코스터를 타면 설렘, 희열, 두려움 등을 극과 극으로 느낀다. 그런 소용돌이치는 다양한 감정을 쏟아내면 롤러코스터는 다시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원위치로 돌아온다. 영화 '롤러코스터'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직하게 뱉어낸다.

"하정우의 첫 연출작이고 정경호가 오랜 만에 극장에서 얼굴을 보이는 거니까 이 둘이 만났을 때 어떨지 한 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촬영하는 내내 특별한 코미디 영화가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가을에 코미디 영화가 많지 않더라고요. '롤러코스터'를 보실 땐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왜 저들이 저런 대사를 나누고 욕을 하는지, 내가 만약 저런 일을 당당하면 어떨지를 함께 생각해주시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서 잠깐 언급했듯, 정경호를 떠올릴 때 정확하게 구축된 이미지가 없다. 그의 존재감이 미진하다는 평이 아니다. 분명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과 만나고 실감나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충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제 나이대에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또 여러가지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다음 작품도 멀쩡한 건 하지 않을 생각이예요.(웃음). 다음에는 또 마준규가 아닌 다른 캐릭터로 돌아와야죠. 많이 기대해주세요."

많은 스케줄로 피곤할 법도 했지만 정경호는 인터뷰 하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군 복무하는 동안 연기에 대한 갈증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에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는 그였다. 순간순간에 감사할 줄 알고 자신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겠다는 계획이 있는 현명한 배우였다. 이 정도면 '믿고 보는 정경호' 충분하지 않은가.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