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생생뉴스]교육부가 21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829건의 수정·보완 권고를 내린 것과 관련해 학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진보계열의 역사학자들은 교육부의 이날 결정을 친일·독재 미화 혐의가 있는 교학사 교과서를 살리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규정했다. 반면 보수계열 학자들은 교육부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하일식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교육부의 출판사별 권고건수를 보면 교학사(251건)가 가장 많긴 하지만 리베르(112건), 천재교육(107건) 등도 100건이 넘는다”면서 “교육부가 물타기 하려고 작정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교육부가 이날 출판사명을 밝히지 않고 특정 내용에 대해 몇 개 출판사에서 수정·권고사항이 발견됐다는 식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거의 모든 출판사가 오류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꼼수”이자 “‘통계의 허구’를 이용한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를 평가절하했다.
아울러 교육부가 친일·독재 미화 부분보다는 우익 단체들이 지적한 기존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에 더 비중을 두고 접근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교육부는 이날 발표에서 8종 교과서에 대한 분석 기준으로 객관적 사실 및 표기·표현 오류 사항, 서술상의 불균형과 함께 국가 정체성을 왜곡할 수 있는 내용을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주체사상 등을 설명할 때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서술한 부분이 4종에서 발견됐고 3종은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에 대한 서술을 누락했다고 밝혔다.
하 회장은 “충분히 예상했다”며 “결국 기존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지적해 교학사 교과서 문제를 물타기하고 이 교과서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현대사학회의 대변인 격인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팩트가 잘못된 부분은 당연히 고쳐야 하고 이를 반대할 명분은 없다”면서 “교과부가 나름대로 전문가들을 구성해 검토작업을 벌여온 만큼 따라야 할 부분은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과거 검인정에서 탈락한 교과서 중에는 북한헌법 전문을 다 실은 교과서가 있었다”면서 기존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에둘러 비판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뉴라이트 성향으로 분류되는 역사단체다. 교학사 교과서의 주요 집필자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이 학회 전·현직 회장이다.
다른 진보·보수계열 학자들은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 사항이 800건이 넘을 정도로 방대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보지 않았다며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대부분 대답을 피했다.
일부 학자들은 교육부가 이미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심의를 통과한 교과서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절차상으로 문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광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사 교과서 8종은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국사편찬위원회가 그 검정의 임무를 수행했다”면서 “그런데 교육부는 국편의 권위를 인정하는 대신에 국편이 통과시킨 교과서를 다시 검정해 재수정을 명하는 자기모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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