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비운의 천재화가 반 고흐가 상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붉은 그림 ‘반 고흐', 젊은 날의 청초한 오드리 헵번의 옆모습을 쌍으로 그린 ’오드리‘. 요즘 경기도 광주의 영은미술관(관장 박선주)에서 만날 수 있는 강형구(59)의 대작 회화다.
영은미술관이 영은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이자, 강렬한 인물화로 국내외에서 유명세를 날리고 있는 강형구의 개인전을 개막했다. ‘I See You’라는 타이틀로 오는 12월15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최근 2~3년간 영은스튜디오에서 작업한 200호 이상의 대작회화 10여 점이 출품됐다. 특히 가로 5m에 달하는 전신상, 대작회화와 짝을 이루는 입체작품이 함께 나와 관심을 모은다. 또 국내외 정치지도자, 유명인사를 표현한 캐리커처 작품과 진흙으로 빚은 조각도 전시되고 있다.
강형구는 인물초상을 주로 그리는 것에 대해 “사람의 얼굴은 시대와 역사를 드러내는 총아여서 즐겨 그린다. 사실 나는 초상화를 그리는 게 아니라 ‘역사의 표정’을 그린다. 반 고흐, 워홀, 몬로, 헵번 등 유명인들의 눈매와 눈빛은 그 시대를 대변한다“고 했다.
그는 인물의 솜털이며 터럭까지 세밀하게 묘사해 ‘극사실주의 화가’로 분류된다. 그러나 그는 극사실 기법으로 인물을 그리긴 하나 대상에 대한 재현에만 머물진 않는다. 즉 극사실주의에 미학적 기반을 두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하고 있는 것. 따라서 ‘허구적 현실주의’에 더 가깝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고혹적인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마릴린 몬로의 전신상을 그린 작업 등 4~5m 크기의 전신상도 출품됐다. 눈을 부릅뜨고 포효하는 호랑이의 얼굴을 그린 알루미늄 회화도 최초로 선보여지고 있다.
강형구의 작업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인기다. 홍콩 크리스티 경매 등에서 그의 대작 인물화는 추정가를 크게 웃돌며 팔려나간다. 뉴욕, 베이징, 싱가포르 등지에서 잇따라 개인전도 열었다. 특히 지난 2011년 싱가포르미술관에서 가진 대규모 작품전 이후 아시아에서 그의 작업은 제법 알려졌다. 거리를 걷다 보면 “아하, 대형 자화상 그리는 작가시군요”라며 그를 알아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강형구는 쉰셋에야 비로소 작품이란 걸 팔아봤다. 그것도 국내가 아니라 상하이에서였다. 그 전까진 ‘팔포‘(팔기를 포기한) 작가로 불렸다. 국내에선 남의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그린 인물화를 집에 거는 걸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팔포’였던 그는 이젠 해외 유명경매의 도록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유명작가가 됐다. 오는 11월말 열리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도 200호짜리 자화상이 출품된다.
“해외에서 자화상이 팔리니까 국내에서도 조금씩 팔리고 있다”는 그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사며 연예인들이 얼굴을 그려달라 하지만 아직 생각이 없다. 시대의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라야 그리고 싶어진다”고 했다.
강형구는 대법관을 지낸 부친의 반대를 무릅 쓰고 미술을 전공(중앙대 회화과)했고, 데뷔도 마흔일곱이란 늦은 나이에 했다. 졸업 후에는 농약회사에서 10년을 근무했고, 한 때 화랑도 운영했다. 한동안 붓을 꺾었던 그는 마흔이 넘어서야 인물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남들이 알아주던 안 알아주던 미친듯이 세밀한 인물 초상에 빠져있다 보니 어느날 작품이 고가에 팔려나가며 이제 그는 ‘블루칩 작가’가 됐다.
그러나 그는 자기복제의 늪에 빠지는 걸 경계하며 “팔려고 하면 안 팔리며, 안 팔려고 하면 팔리는 게 그림”이라며 ”나를 흔히들 인물화가로만 생각하지만 이번 작품전을 보면 다양한 구질을 지닌 작가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재 또한 천, 알루미늄, 아크릴 캔버스를 넘나들고 있으며, 그 자신 ’덩어리‘라 부르는 조각, 캐리커처 등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
박선주 영은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I SEE YOU’라는 제목 그대로, 작품 속 인물과 감상자들이 서로 서로를 끊임없이 바라보며 내면 속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12월 5일까지. (031)761-0137
yrlee@heraldcorp.com
![86세 사미자, “단어 잘 안 떠올라” 치매 일까?…치매와 건망증 차이는 [그들의 건강美학]](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8/news-p.v1.20260908.d06bc010b97e4720abe8ba08bd68428e_T1.jpg?type=h&h=240)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