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주부 김선정(35ㆍ가명) 씨 집에 최근 한 여성이 보일러 무상점검을 나왔다며 방문했다.

김 씨는 이 여성이 보일러업체 유니폼과 비슷한 복장에 명찰까지 달고 있는 것을 보고 집안으로 안내했다. 이 점검원은 가스보일러 주변을 둘러보더니 “배관에 이물질이 많다”며 3만원을 내고 청소할 것을 권유했다. 잠시 뒤 한 남성이 찾아와 배관에서 물을 뺀 뒤 청소 요금으로 3만원을 받아갔다.

며칠후 김 씨는 우연히 이웃주민과 얘기를 나누다가 자신이 사기당한 것을 알아챘다. 보일러 무상점검에 대해 경비실에 문의하자 “보일러 점검은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임의로 나오는 경우는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아파트 단지나 연립주택 등에 보일러 무상 점검을 나왔다며 청소요금을 받거나 정상 부품을 교체한 뒤 돈을 뜯어내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 주부 정보공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최근 열흘사이 보일러 점검 사기를 당했다는 글이 수십건 게재됐다.

올해 1월에는 겨울동안 부산에서 이같은 수법으로 돈을 가로챈 일당 5명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이런 사기 행각은 주로 혼자 있는 주부나 노인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사기꾼들은 점검을 한다고 집안에 들어간 뒤 다른 가족이 있으면 점검 시늉만 하고 나가버리고, 주부나 노인 한 명만 있으면 장시간 머무르며 배관청소와 부품 교체, 세제 구매 등을 권유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보일러나 가스점검 회사 유니폼과 유사한 복장과 명찰을 착용해 피해자를 속이고 있다.

문제는 보일러 배관 청소나 부품을 교체한다며 호스나 밸브 등을 훼손할 경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피해액수가 3만~10만원 정도로 크지 않아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한 뒤 경비실에 신고하는 정도에 그쳐, 피해 사례는 줄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점검원이 현장에서 돈을 요구하면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점검을 나오면 직원의 신분증을 반드시 확인하고, 금품을 요구하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