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주째 순유입 2000년이래 최대 독일·노르웨이 증시 신기록 행진 일부 “길잃은 자금 유럽행”우려도

글로벌 투자자금이 기나긴 경기 침체 터널에서 빠져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는 유럽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시장조사기관인 EPFR의 리서치 자료를 인용, 글로벌 투자자금이 유럽 시장에 17주째 연속 순유입돼 2000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자금이 유럽행에 편승한 것은 유럽 경제위기의 진앙이었던 그리스와 스페인이 오랜 부진을 털고 조금씩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에선 지난 2008년부터 6년간 침체에 빠졌던 경제가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성장률의 감소 폭이 축소되면서 내년엔 7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스페인 경제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2년 이상 이어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에 성공했다. 스페인의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1% 성장해 9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이 같은 유로존 경기 회복 기대감과 글로벌 투자자금 유입으로 독일과 노르웨이 등 주요국 증시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29일(현지시간) 마감된 독일의 DAX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9000선을 돌파했다. 노르웨이 OBX지수도 이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프랑스 CAC40지수 역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은행주의 강세가 눈에 띈다. 이는 금융 불안 노출 우려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3개월간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주가는 30~40% 급등한 것이 대표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유럽주식 전략책임자인 존 빌턴은 “유럽 주식은 미국과 일본, 신흥국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된 감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가 가져올 유동성 수축 불안감은 해소됐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경기와 고용 회복은 아직 미약하고,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 유럽이 그 틈새를 메우며 글로벌 자금을 흡수하고 있는 형국이다.

증시뿐 아니라 채권시장에도 돈이 몰려들고 있다. 한때 부도 위험에 가까운 금리인 7% 전후였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4%대로 떨어지면서,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도 최고 5~6%포인트에서 2%포인트대로 좁혀졌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유럽에서 신규 발행된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등급 채권)는 600억달러로, 지난해 발행된 양의 2배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자금의 유럽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유로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2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유로당 1.38달러대의 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