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24회> 감추어진 승부 48
자고로 몸을 통해 나누는 대화에는 국경이 없는 법이다. 밀어를 나누는 데에도 종족을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로지 ‘너는 여자냐? 나는 남자다’라는 전제조건만 성립되어 있다면 나머지는 만사 오케이.
강준호는 하얀 달걀바위 뒤에서 은근히 나시족 아가씨의 윗도리를 벗겨내려 했다. 그러나 이건 또 뭐야. 하얀 달걀바위는 좋은 신을 상징하는 부조물이니 그 음기를 받아 나시족 아가씨도 좋게 좋게 그의 손길을 받아주어야 했거늘… 그녀는 매몰차게 강준호의 손길을 뿌리치고 있었다.
“원래 여자 젖가슴은 남자를 위해서 달려 있는 거거든? 그러니 제발 가만히 좀 있어 봐라. 한 번만 만져보자.”
강준호는 차라리 애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말이라곤 쥐뿔도 모르는 나시족 아가씨가 그의 말귀를 알아들을 턱이 있나. 그녀는 마치 성난 고양이와도 같았다. 그녀의 젖가슴을 탐하기 위해 윗도리 틈으로 손을 집어넣으려 하면 그녀는 팔을 뻗어 강준호를 밀쳐내기에 바빴다.
“이런, 염병! 이럴 거면 왜 만나자고 했어?”
골프를 치다가 OB가 났을 때 단골처럼 내뱉던 욕이 강준호의 입에서 연신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야리야리하게만 보이던 그녀를 완력으로 제압하기가 이리도 힘든 줄을 그는 새삼 깨달을 뿐이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송기원은 이런 시를 읊었다. 제목이 ‘꽃 피는 봄날 3’이던가?
‘아직도 왜 꽃무더기들만 보면
피! 하는 외마디 비명이
꽃무더기들보다 먼저 달려드는지요.
저렇게 화려한 개나리, 목련, 진달래들 말고도
들판에 아무렇게나 어우러진
민들레, 오랑캐, 하다못해 작은 패랭이들까지
피! 피! 피! 하고 한꺼번에 달려드는지요.’
그랬다. 강준호가 나시족 어린 여자를 바닥에 눕혔을 때 이름 모를 고산지대의 꽃들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우르르 달려드는 것만 같았다. 그러니 이걸 어째? 강준호는 그만 힘에 부쳐 잠시 쉬기로 작정했다. 이마에 번들번들 땀을 흘리던 채로.
그러나 건너편 검은 달걀바위 뒤에서 거사를 치르는 3류 감독의 상황은 오히려 그와 정반대였다. 3류 감독이 그녀의 젖가슴에 슬쩍 손을 대기만 해도 그녀는 제풀에 숨을 할딱이며 윗도리 단추를 풀어주곤 했던 것이다.
땅바닥에 누운 채로 단추를 풀기 위해 허리를 활처럼 휜 그녀의 자태는 현란했다. 꿈틀꿈틀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혹은 뱀이 허물을 벗는 것처럼 그녀는 훌훌 옷을 벗기 시작했다. 별빛 한 줄기 없는 밤이어도 그녀의 나신은 하얗게 드러났다.
“오냐, 오냐! 너도 외로웠구나? 시골 농사꾼들보다는 예술가와 노는 것이 훨씬 좋지?”
알아듣거나 말거나 3류 감독은 노래하듯 혼자 중얼거렸다. 그럼 이쯤에서 송기원 시인의 ‘꽃 피는 봄날 3’을 계속해서 배경으로 깔아보기로 한다.
‘꽃무더기들처럼 피가 터져 나오던 그날의 기억이야
아주 쉽게 잊어버리고
이제는 적당히 아랫배도 나오고 머리도 벗겨져
바야흐로 중년의 즐기는 나이인데요.
하필이면 이 좋은 봄날에 천년의 원수처럼
피! 피! 피! 하고 달려드는지요.’
‘앗따, 젖가슴이 오지게 탄탄하구나!’
3류 감독은 그녀의 젖가슴을 보며 탄복했다. 세상에 태어나 이토록 아름답고 탄력에 넘치는 젖가슴과 상면하긴 처음이었다. ‘으흐음~ 으흠!’ 얄궂은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고… 그는 역시 이곳 옥룡설산으로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이제 슬슬 진도를 펼쳐 나가야지… 어느새 그녀의 옷을 홀랑 벗겨낸 3류 감독은 무릎을 꿇은 채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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