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과 함께 시장골목에서 식사를 하거나 술 한잔을 마시는 모습은 전통시장이라면 낯설 것 없는 풍경입니다. 이는 또 전통시장만의 정겨운 풍경이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제법 가을 냄새가 진한 밤이면 시장은 골목마다 전통시장의 맛과 멋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활기로 넘칩니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약수시장 역시 여느 시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엔 최근 경찰차가 출동, 경찰과 시장 상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곤 합니다.
이유인 즉 약수시장 골목 네거리에 자리잡은 식당들이 도로 앞까지 테이블을 놓은 채 영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시장골목이라지만 엄연히 이곳 네거리는 도로교통법의 규제를 받는 도로이고 식당 테이블이 도로를 조금이라도 점유하고 있다면 엄연한 불법행위입니다.
칼 같이 법을 적용하자면 도로를 점유한 식당 업주에게 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 시장 골목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특히 요즘처럼 거리 불법 영업이 늘어날 무렵이면 차량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불법 영업에 대한 신고가 구청과 경찰에 쇄도하고 있습니다.
112 신고가 들어온 이상 경찰도 ‘나몰라라’ 손 놓을 수만은 없는 형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속의 실효성입니다. 경찰차 3대가 출동해 식당 주인들에게 테이블을 철수하라고 요구해봤자 일부 식당 주인들에게는 ‘쇠 귀에 경 읽기’입니다. 또 거리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 역시 경찰 요구가 불쾌하다며 맞대응하기도 합니다.
단속을 나온 경찰관은 “112 신고는 계속 접수돼고, 단속은 먹혀들지도 않고, 시장에서 끝없이 실랑이만 반복된다”고 푸념합니다.
현장의 또 다른 경찰관은 “관할 구청인 중구청의 지원도 여의치 않다”며 “경찰이 순찰 등 범죄 예방활동이 아닌 시장 거리 영업 단속을 하는 것 자체가 치안 공백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단속 담당인 구청 가로환경과 역시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구는 이 같은 영업에 대해 도로법에 의해서 정비를 계도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수거에 나서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청 관계자는 “야간조를 편성해 민원이 접수될 경우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상인들에게 엄격한 법적 잣대만을 강요하기도 어렵다”고 말합니다.
식당은 비좁고 한푼 두푼 생계를 위해 거리에 테이블을 놓고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시장상인들의 처지를 외면하기도 어렵단 게 이들의 속내입니다.
한편 약수시장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한 식당 주인은 “시장 상인들도 통행에 가급적 방해가 안 되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영업을 하는 것도 결국 날 좋을 때 한철 장사인데 시장의 특수한 상황은 헤아리지 않고 무조건 테이블 빼라고 으름장을 놓으면 어떡하냐”라고 항변합니다.
이곳 시장을 즐겨찾는 정모(33) 씨는 “가뜩이나 대형마트 등에 밀려 전통시장이 사라지고 있는데 단속만을 내세우는 것은 상인들에게 가혹한 처사 같다”고 지적합니다.
분명 거리 영업은 불법입니다. 그러나 법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전통시장의 특수성, 불법과 낭만의 시장 거리에서 상인과 경찰, 그리고 단속 공무원들의 갈등, 고민은 깊어갑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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