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 아이 키우며 쓴 책
[북데일리] “워커를 키우는 것은 물음표를 키우는 것과 같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내가 아직도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자각할 때면 그것이 어떤 느낌이며 어떤 냄새가 나고 어떤 소리로 들리는지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가 부딪친 인간의 변칙, 인간 존재의 희귀하고 생소한 일면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p22)<달나라 소년>(부키. 2013)은 중증 장애를 지닌 채 태어난 아들과, 그로 인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가 쓴 논픽션이다. 저자 이언 브라운은 캐나다의 일간지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다.
저자의 아들 ‘워커’는 희귀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안고 태어났다. 의학적 진단명은 CFC 증후군(심장-얼굴-피부 증후군, cardiofaciocutaneous syndrome). 전 세계적으로 CFC 환자는 100명 남짓이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고, 뿌리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의사들은 ‘고아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워커의 나이는 13살이지만 지능은 1살 정도다. 심각한 발달장애로 얼굴은 일그러져 있고 몸은 막대기처럼 가늘고 약하다. 말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 먹지도 못해 유동식을 튜브로 공급해야 한다. 대소변도 가리지 못할뿐더러,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고,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마구 때려대기도 한다. 해서 24시간 누군가 돌봐야 생존할 수 있다.
“워커를 보고 있자면 달을 쳐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달에서는 가끔 사람 얼굴 비슷한 것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거기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워커가 정말로 공허한 존재라면, 왜 그 존재가 이렇게 중요하게 느껴질까? 워커가 내게 보여 주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기묘하게 생긴 머리 안에서, 빠르게 뛰는 심장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는 정말로 알고 싶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아들한테 설득당하고 만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p14)
부부는 워커를 장애인 시설로 보내는 문제를 두고 7년 동안 고민 한다. 아홉 살이 되자 워커의 몸무게가 29킬로그램으로 불고 몸집도 커졌다. 그를 위층으로 데려가는 것이 ‘쇠구슬이 든 천 가방을 끌고 가듯 힘겨운 일’이 되었다. 장애인 시설을 알아보던 중 ‘장애인 권리 대변자’를 만난 후 그는 죄책감까지 느낀다.
"워커가 훌륭한 공동체에서 전일제로 살게 된다면 비용이 1년에 최소한 20만 달러는 들 것이다. 워커가 쉰 살까지 산다면 총 비용은 800만 달러가 된다. 내게는 800만 달러라는 큰돈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온타리오 주의 인구가 800만 명이다. 워커는 온타리오 주에 사는 사람들 각자에게 1달러의 가치가 있을까? 밤이면 그런 계산이 내 머릿속을 채웠다." (p116)
아버지가 아들을 보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은 다소 불편하기도하다. 또한 냉정하게 아이의 존재 의미를 찾고자 하는 그는 무척이나 외롭고 고단해 보인다. 하지만 항상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멈출 수 없는 즐거움이 밀려오는 순간들도 있다. 네 식구가 침대에 같이 누워 있을 수 있는 토요일 아침. 워커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들을 내려다 볼 때, 정상적인 아이라면 아무 일도 아니겠지만, 이 가족에게는 특별한 순간이다.
“워커는 발레와 같은 효과를 낸다. 둘 다 이 세상의 더 큰 형체를 드러낸다. 워커는 희망이 사는 웅덩이 중 하나다. 심각한 장애를 가진 아이의 잠재적 가치에 관해, 일생의 대부분을 고통 속에서 보내는 그늘진 삶의 의미에 관해 의문을 품은 사람에게는 이것이 하나의 답이 될 수도 있겠다. 워커의 삶을 현재 공연 중인 예술작품, 집단 창작품으로 보자는 것이다.” (p318)
아들이 날마다 자기를 때리며 ‘자해’하는 것을 참을 수 없지만, 왜 그러는지 이해하려 노력할 수는 있다. 아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친 아버지와 ‘고장 난 아들’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대로, 바꾸거나 변명하지 않고.
책을 읽다보면 중증 장애 아이와 가족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한 근원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답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기에 읽는 내내 마음이 아리다. 한편, 아들의 상태와 가족이 처한 현실, 자신의 감정을 너무나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서 더 감동적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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