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산업단지가 ‘정전 트라우마’에 떨고 있다. 잇따른 발전소 고장으로 이번 한주 전력 대란이 예고되면서, 조업중단 사태를 빚었던 2011년 ‘9.15 대정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절전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비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공단 산하 51개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은 대대적인 ‘절전 모드’에 돌입했다. 설비용량 50만㎾급의 충남 당진화력발전소 3호기와 서천발전소 2호기가 고장으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블랙아웃’ 위기가 현실화됨에 따라, “생산량이 다소 줄더라도 블랙아웃만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확산된 결과다.
각 업체는 자체발전기를 가동하거나 냉방기 전원을 차단하는 등 절전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울산미포산업단지에 입주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대형업체들은 자체발전기 가동을 시작한 것도 모자라 직원들의 휴가일정까지 조정하고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본사와 ‘간접생산라인 가동 단축’을 논의하는 등 최후의 카드까지 꺼냈다.
여수, 안산 등 다른 국가산업단지도 절전에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동우화인켐, 한국바스프, 대림산업 등 대다수 업체는 공장가동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전력을 제외한 냉방기, 조명등 전원을 차단하는 ‘자체 절전’을 시행중이다. 동부제철과 동국제강처럼 전력소비량이 많은 제철업체들은 ‘피크시간대 전기사용량 의무감축 비율’ 달성을 위해 하루 두 차례 생산현장에 나가 유휴장비를 관리한다.
대표적 전력 다소비 사업인 석유화학업계도 일부러 설비보수 일정을 앞당기며 절전에 힘을 보탰다. SK에너지는 원래 올가을로 예정됐던 ‘NO.2 FCC’ 공장의 정기보수 기간을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로 조정했다. 정기보수란 2~3년을 주기로 한 달에서 두 달가량 공장가동을 멈추고 대대적인 설비점검·보완·촉매교체 등을 하는 중요한 일정이다. LG화학은 여수산업단지의 VCM공장을 8월 1일부터 8월 28일까지 보수하기로 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이번 보수일정으로 전체사용전력의 15~18%가량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전기사용량 의무감축 비율을 가까스로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정전대비책’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단공의 자료에 따르면 51개 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 4만3855개사 중 자가 발전기나 무정전전원장치(UPS) 등 안정화 시설을 갖춘 기업은 각각 464개(자가 발전기)와 307개(UPS)사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력사용량인 1000㎾ 이상인 전력 다소비 업체 수(1578개)와 비교하더라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대대적인 전기공급 중단 사태가 발생할 경우 수만 개의 업체가 그대로 정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수요입찰’이나 ‘지능형 DR’ 등 한국전력거래소와의 계약을 통해 실질적으로 전력수요를 관리할 수 있는 사업에 참여한 기업도 22곳밖에는 되지 않았다.
산단공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전력거래소와의 계약사업이 별다른 유인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도 공단과 각 입주기업들이 절전대책에 온 힘을 다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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