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약점 과거사 문제 끄집어내…EU에 ‘부채 탕감’ 압박카드 활용 獨 “전쟁배상금과 부채는 별개”…“더이상 배상없다” 단호한 선긋기
“그리스는 독일에게 2차세계 대전 피해 배상액을 요구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41·사진) 그리스 신임총리가 8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재차 독일의 약점인 과거사 문제를 끄집어냈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그리스는 우리 국민과 우리 역사, 나치에 맞서 피 흘린 모든 유럽인들에 대한 도덕적 의무가 있다”면서 “우리의 역사적 의무는 점령기간 강탈자금 반환과 배상금을 요구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6일 취임선서 직후 그리스 레지스탕스(저항군) 추모비를 찾은 자리에서도 독일의 전쟁 배상금을 언급한 바 있다.
치프라스 총리가 70년전 역사를 새삼 건드리는 이유는, 그가 소속한 급진 좌파연합 시리자가 긴축재정과 유럽연합(EU)에 반대하는 국민정서를 바탕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도하는 EU의 구제금융안을 계속 끌고 갈 의사가 없으니, 유로존 국가에게 부채를 탕감해달라는 압박용 차원에서 2차 세계대전 패전국 독일의 사례를 비교한 것이다.
독일이 4년간 점령으로 그리스 경제는 초토화됐으며, 독일은 배상금 1620억유로(약 197조원)를 그리스에 내놔야한다는 게 시리자의 주장이다. 이 액수는 그리스의 현재 대외부채 3150억유로(약 392조2400억원ㆍGDP의 174%)의 절반 규모와 맞먹는다.
하지만 독일은 전쟁 배상금과 그리스 부채는 별개의 문제라며 단호히 선을 긋고 있다. 나치 정권이 그리스 중앙은행으로부터 무이자로 빌려 간 4억7600만 라이히스마르크(독일의 당시 화폐 단위)를 종전 이후 그리스에 갚지 않았다는 사실은 독일에서도 인정한다.
하지만 독일 하원은 2012년 기준으로 환산 시 이 액수는 82억5000만 달러에 그친다고 보고 있다.
독일 도이체빌레(DW)는 최근 보도에서 “1960년 합의에 따라 독일 정부는 그리스 정부에 1억1500만 라이히스마르크를 지불했고, 이 총액은 개인 피해자의 모든 요구액을 포함한 것이다”며 “1990년 ‘2+4 조약’(영국, 프랑스, 미국, 소련 4개국과 동ㆍ서 독일이 체결한 조약)에 따라 더이상의 배상금은 없다”는 독일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DW는 또 “그리스 법률 전문가들은 배상액 청구가 실현가능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국제전문가들은 새로운 배상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독일과 프랑스도 2차 대전 뒤 부채가 GDP의 200%에 달했다. 남유럽 국가에 부채의 마지막 한 푼까지 모두 상환하라는 것은 ‘역사적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이라며 그리스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등 그리스 부채와 과거사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한편 치프라스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구제금융은 실패했다”며 오는 28일로 종료되는 구제금융에 대해 연장 요청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신 오는 6월까지 정부 재원 조달을 위한 ‘가교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그는 총선 공약대로 최저임금을 현행 580유로(72만3620원)에서 내년까지 760유로로 점증 인상, 저소득 연금수령자에게 상여금 지급, 불법 해고된 공공근로자 복귀, 2013년 폐쇄된 국영 ERT 방송 재개국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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