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31일 홍대 앞의 명물이었던 리치몬드 제과점이 30여년 만에 폐점했다. 폐점의 이유는 하루 약 70만 원에 달했던 고액의 임대료였다. 이날 늦은 시간까지 리치몬드 제과점은 마지막 빵을 구입하려는 단골손님들로 북적였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제과점이 떠나자, 그 자리를 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커피 전문점이 차지했다. 이는 홍대 앞의 급속한 상업화를 결정적으로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홍대 앞의 전통적인 주요 상권은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홍대 정문으로 올라가는 길, 홍대 입구 사거리에서 홍대 정문으로 가는 길 주변이다. 이곳은 2000년대 초반까지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예술 분야의 서적을 갖춘 작은 카페들이 밀집했던 지역으로, 많은 예술가들의 단골 쉼터였다. 그러나 작은 카페들은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났고, 그 자리를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들이 대신했다. 심지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조차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지난 2002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홍대 앞의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았던 스타벅스 홍대점은 지난해 11월 27일 10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엔 제조ㆍ유통 일괄 시스템(SPA) 의류 매장 ‘에이치앤엠(H&M)’이 입점했다.
동교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장기호 씨는 “대형 브랜드가 들어오면 임대료가 상승해 시장질서 왜곡이 일어나고 진입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게 돼 개인 사업자들은 버티기 힘들게 된다”며 “이 같은 임대료 상승은 대학가 상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2000년대 초반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티켓 한 장으로 홍대의 모든 클럽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클럽데이’가 시작된 이후 외부 상업자본이 본격적으로 홍대 앞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며 “2000년대 중반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커피전문점이, 그 이후엔 제조ㆍ유통 일괄 시스템 의류 브랜드가 들어와 임대료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홍대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홍대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밀려난 작은 가게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받는 합정동ㆍ상수동ㆍ연남동 등 인근 지역에 둥지를 틀었다. 비교적 한적한 이 지역엔 옛 홍대 앞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김희연(24ㆍ홍익대 4학년) 씨는 “구석구석 어느 카페를 들어가 봐도 예쁘고 맛집 아닌 집이 드물다”며 “4년 간 학교를 다니는 동안 못 가본 카페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합정동 카페거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정모 씨는 “홍대입구역 인근과 이곳의 상권의 성격이 많이 다른 편”이라며 “카페거리엔 10~20대 손님보다 조용한 분위기를 찾는 30대 이상의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장성환 월간지 ‘스트리트H’ 발행인은 “상업자본의 투척으로 인해 홍대 앞에 문화적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주변 지역은 아직까진 가난한 젊은 예술가와 문화 활동가들이 버틸 수 있는 디딤대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홍대 앞 골목골목마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작은 가게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재개발이 계속되고 있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진영 기자ㆍ박영서 인턴기자ㆍ김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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