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과포화·스마트폰 길찾기 앱 확산에 신규수요 한계…마니아들이 먼저 개척한 ‘매립형 내비’ 첨단기능과 만나 대안시장으로 부상
새 제품 구입않고 SW만 업그레이드 거치형 내비게이션 매출 곤두박질
디자인 중심으로 개발된 매립형 내비 주행정보·오디오 조작·후방감지 센서등 자동차와 하나되는 시스템통합 기술 적용 내비게이션 업계 새 화두로 급부상
국내 내비게이션 업계가 시장포화로 허덕이고 있다. 한때 40~50%의 시장성장률을 기록하며 매년 1000만대 이상의 판매 대수 신장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내비게이션 보급률이 전체 차량 등록 대수 대비 50%를 훌쩍 넘어서면서 신규 수요가 좀체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확산도 내비게이션의 앞길을 가로막는 한 요인이다. 통신사마다 자체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해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마켓에도 ‘공짜 내비앱’들이 넘쳐난다. 굳이 내비게이션을 사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에게 길을 안내해 줄 도우미가 많이 있는 것.
국내시장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려 해도 해외 지도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어려워 여의치 않다. ‘남에게 길을 알려줄 수는 있어도, 자기 앞길은 찾을 수 없는’ 내비게이션 업계다.
그런데 한 줄기 빛이 나타났으니, 바로 ‘매립형 내비게이션 시장’이다. 제 아무리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날고 긴다 하더라도 매립형 내비게이션처럼 깔끔하게 차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을 터. 게다가 자동차의 시스템과 연동해 오디오 볼륨 조절, 에어컨ㆍ히터 조절까지 가능하니 이건 ‘물건’이다. DMB 내비게이션과 3D 내비게이션이 새로운 시장전환을 가져왔듯 차량과 ‘합체’할 수 있는 매립형 내비게이션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거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마니아들이 ‘두 손’으로 직접 만든 매립형 시장=재미있는 점은 이제 와 내비게이션 업계의 대안으로 떠오른 매립형 내비게이션 시장이 사용자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점이다. 매립형 내비게이션은 2007년 초반 일부 자동차 마니아들이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직접 분해해 자가 매립하는 시장으로 시작됐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당시의 매립개조시장의 수요는 2만~5만대 규모. 그중에서도 주축이 됐던 것은 르노삼성의 뉴SM5 사용자들이었다. 당시 자동차 마니아들은 자동차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삼삼오오 ‘자동차 공업사’를 찾아 차량 중앙에 위치한 오디오 및 에어컨 상태 표시창을 콘솔박스 위쪽으로 밀어 올리고 구멍을 파 내비게이션을 매립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이미 올인원(All-in-One) 형태의 AVN(Audio Video Navigation)이 시장에 출시되어 있었지만 가격대가 100만원대를 웃도는 고가제품 일색이어서 일반 사용자가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시중에 출시돼 있는 저렴한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셀프 매립’에 소비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었던 것.
이렇게 관련시장이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자 2008년 후반부터는 내비게이션 업체가 직접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매립용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문업체가 내놓은 매립형 제품도 그저 ‘매립을 고려한 디자인의 거치형 내비게이션’일 뿐이어서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매립형 내비게이션, 시장의 ‘미래’가 되다=이렇게 시장의 일부만을 차지하고 있던 매립형 내비게이션이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중반부터다. 2009년에 이르러 내비게이션 매립 수요가 약 10만대 규모로 2007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성장하면서 업체별로 매립용 제품의 출시가 가속화되기 시작한 것.
이후 2010년 15만대 수준으로 매립형 내비게이션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내비게이션 업계 1위인 팅크웨어가 2010년 3월 매립 전용 내비게이션 ‘아이나비 R1’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본격화됐다.
팅크웨어 관계자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선택의 폭이 넓은 거치형 내비게이션이 시장의 90% 이상 차지하고 있지만, 매립형 내비게이션 역시 꾸준히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2011년 약 25만대 규모에서 2012년 약 30만대 규모로 시장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거치형 내비게이션 시장은 2010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모습이다. 신규 수요가 없으면 교체 수요라도 발생을 해야 제품이 판매될 텐데,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을 하면서 새 제품 구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매립형 내비게이션에 기술력을 더해 적극적으로 시장의 질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립형 내비게이션, 기술과 디자인을 더하다=이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매립형 내비게이션 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내비게이션 업체들의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매립형 내비게이션의 최대 장점은 ‘자동차와 하나가 된다’는 점. 이는 단지 내비게이션과 차량의 겉모습 통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통합’까지 발전되는 추세다. 즉, 내비게이션 하나로 자동차의 오디오 시스템 조작부터 온도 조절, 속도 같은 주행정보 확인, 전후방 주차 시스템 같은 부가기능까지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셀프 매립’ 시장에서는 자동차 컴퓨터 시스템과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연결하기 위해 접속단자를 하나하나 맞물려 보고 해체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등 눈물겨운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최근 등장하는 매립형 내비게이션들은 이런 연동과정을 최대한 간편화하고 나아가서는 첨단 기능으로 사용자에게 최적의 사용 환경을 제공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국내 2위 내비게이션 업체인 파인디지털은 자사의 정보통신기술 역량을 이용한 차량 내 ‘에코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차량의 연비나 타이어 정보 등 주행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블랙박스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허브’역할까지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순정 내비게이션이 아닌 ‘애프터 마켓’의 매립형 내비게이션으로도 과거 마니아들이 갈구하던 시스템 통합 기능을 간편하게 제공하겠다는 이야기다.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의 6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팅크웨어 역시 차량에 설치된 기존 LCD에 간편하게 연결만 하면 되는 ‘셋톱박스’형 내비게이션을 출시했다. 국내 매립형 내비게이션 설치를 원하지만 순정 LCD가 이미 설치되어 있어 망설이던 운전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 이 제품을 이용하면 차후 내비게이션을 교체할 때도 매립된 LCD는 그대로 두고 본체만 바꾸면 된다. ‘매립의, 매립에 의한, 매립을 위한’ 신기술 제품인 셈이다. 이 제품 역시 차량 시스템과의 연동을 통해 AV시스템 조작 등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이제 대세가 된 ‘첨단 매립형 내비게이션’의 시대를 바라보는 초기 마니아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자동차 오디오를 뜯어내고 내비게이션의 접속단자를 이리저리 붙여보던 자신의 두 손이 자랑스럽지 않을까. 새로운 내비게이션 세상, 그야말로 ‘마니아의 승리’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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