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한국사회가 벌써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는데 우리 스스로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을 이웃 또는 친구로 맞을 준비가 얼마가 돼 있을까요? 진정한 다문화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타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합니다.”

지난 1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다문화박물관에서 만난 김윤태 다문화박물관장(38)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즐기는 속에서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다문화 사회가 꽃 필 수 있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김 관장은 지난 2008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다문화 박물관의 첫 문을 열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교육에 종사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음악과 교육 콘텐츠를 매개로 문화를 소개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김 관장은 그동안 걸어온 길을 비춰보면 다문화박물관을 열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과 같다라고 회상했다.

각국의 문화가 지닌 매력과 가치를 전하는 메신저가 되겠다는 그의 신념이 처음부터 빛을 발했던 것은 아니다. 다문화박물관을 찾는 이가 손에 꼽을 정도였던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김 관장은 세계 각국의 문화를 대변하는 전시품을 꾸준히 모았다. 중국 진시황제 때의 병마용을 국내로 들여올 때는 절반이 깨져 그대로 버려야 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왜 하냐”는 말도 수 없이 들었지만 제대로 된 다문화박물관 만들겠다는 그의 노력은 계속됐다.

김 관장은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해야할 일을 단지 제가 하고 있다고 여겼다”면서 “다문화박물관을 반복해서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그 가치를 인정받았을 때 지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09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현지에서 ‘곤돌라’를 직접 공수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유럽에서 한국까지 실물 크기의 ‘곤돌라’를 배송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다문화박물관내로 옮기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작은 출입구로는 곤돌라를 이동시키는게 불가능했고 창문으로 들이기에는 옆 건물이 가로막았다.

김 관장은 “뜻이 있으니 하늘이 돕는다는 걸 그 때 느꼈다. 때마침 옆 건물이 공사를 위해 헐리면서 공간이 생겨 곤돌라를 건물 3층으로 올릴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수집품을 모으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된다’는 의지 하나로 각 문화가 지닌 매력을 계속 퍼뜨려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현재 다문화박물관은 5층짜리 건물로 1층과 2층에는 나라별 조형물과 전시관이, 3층부터는 테마별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다문화박물관 5층의 강당에서는 해마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결혼식이 열리고 각국 대사와 참사관들이 함께하는 문화교류의 장이 펼쳐진다.

김윤태 다문화박물관장.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김윤태 다문화박물관장.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김윤태 다문화박물관장.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김윤태 다문화박물관장.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김윤태 다문화박물관장.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김윤태 다문화박물관장.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그는 “다문화 커플 수십 쌍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결혼식 사진 한 장 찍어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의 신랑ㆍ신부가 그러하듯 다문화 커플들도 본인들의 결혼식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다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김 관장은 해마다 세 커플 이내의 다문화 결혼식에 공을 들인다. 그들에게 절대 한국식 전통혼례를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 나라의 전통혼례를 올리고 이를 영상으로 찍어 해외에 계신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는 “한국식만 강조해서는 다문화 사회가 될 수 없다. 우리의 것이 최고라는 자부심은 물론 필요하지만, 다문화사회에서는 타 문화를 존중하고 가치있다는 이해가 함께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그래서 파라과이나 아프리카 등 한국에 비교적 덜 알려진 각국 문화를 소개하는 데 적극적이다. 다문화박물관에서는 동남아시아 또는 아프리카 등지의 화폐나 춤 등을 직접 접할 수 있고 이들 나라의 음식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요리공간도 마련돼 있다.

그는 다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각국의 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해 보는 것을 꼽았다. 해외에 나갈 기회를 가지기 힘든 국내 거주 장애인들을 위해 무료로 재능기부 형태의 다문화 콘서트를 여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 관장은 “얼마전에 파주 에덴복지관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호응이 매우 좋았다”며 “장애인들이 각국의 문화를 즐기는 것도 의미있었지만, 재능기부에 참여한 국내거주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을 위해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도 큰 결실이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한국 사회가 좀 더 열린 시각으로 다문화 사회를 맞이하길 바랐다.

“다문화사회는 일방적이기 보단 쌍방향 소통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다문화 이웃들에게 항상 뭔가를 베풀고 혜택을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소통의 자세부터 갖추는 게 다문화 사회로 가는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