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은 아마도 사는 동안 ‘멋있다’, ‘잘생겼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배우로 데뷔한 지 어엿 20년이 됐지만 변하지 않는 수식어다.
지난 1991년 학교를 중퇴하고 모델로 데뷔한 그는 이후 1994년 ‘구미호’를 통해 강렬한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고 ‘비트’, ‘태양은 없다’로 청춘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액션만큼이나 멜로 연기 역시 완벽한 배우였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 ‘새드무비’, ‘데이지’ 등으로 여심을 쥐락펴락했다. 그런 그가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영화 ‘감시자들’을 택했다.
# 악역 제임스, 실제 ‘정우성’ 보다 편했다
사실 이번 영화는 정우성의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번 영화를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그가 분한 제임스가 극에 부여하는 긴장감,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 등이 큰 이유였다.
“제가 뭔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캐릭터였어요. 시나리오만 봐도 느껴지는 제임스의 존재감이 있더라고요. 이 놈이 어떤 놈이냐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었으니까요. 또 사건을 끌어가는 주축적인 인물이잖아요.”
과유불급이라 했다. 정우성의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그 역시 “영화를 보고 만족했다”고 전했다.
“제가 의도한 부분은 모두 성공했어요. 영화 속 충실한 제 모습이 보였죠. 사실 영화를 촬영할 때 감독들이 분량을 늘리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제가 극구 말렸죠. 제임스의 비중이 너무 커지면, 영화가 의도하지 않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었기 때문이죠.”
‘감시자들’은 하윤주(한효주 분)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정우성은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다”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효주가 주인공이에요 이 영화는. 윤주에게는 황 반장(설경구 분)이라는 멘토와 자신의 성장통을 더 심하게 만드는 제임스가 있는거죠. 내용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아쉽지 않아요.(웃음) 엔딩도 마음에 들었고요.”
‘감시자들’은 현실 속 우리가 간과하는 순간에도 항상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려준다. 묘한 경각심이 생기는 영화다.
“영화 속 제임스는 현실 속 배우 정우성 보다 편했어요. 노출돼 있지 않잖아요.(웃음) 감시반들이 추적을 당하는 것이니까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점에서 저 역시 노출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죠. 그렇지만 이것 역시 배우가 가져야 할 숙명인 것 같아요. 배우는 익명성이 없는 직업이니까요.”
# 나이 들어도 영원한 ‘오빠’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우성을 지지하는 여성 팬들은 많다. 안티 없는 배우 중 한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그들은 정우성을 ‘오빠’로 부른다.
“그렇게 얘기해 주시기 때문에 제가 안주를 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계속해서 새로운 캐릭터를 연구하고 만들어내려 했죠. 만약 ‘비트’ 속 민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저 우상은 왜 이렇게 나이가 먹었어?’라는 말을 듣기도 했겠죠.(웃음)"
초심. 그리고 변하지 않는 열정이 배우 정우성의 원동력이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품은 열정은 똑같아요. 변하지 않더라고요. 새로운 도전이 재밌어요. 잘 성장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서 좋은 자극을 받기도 하고요.”
그에게 영화 현장은 존재의 가치이자 삶의 이유이기도 하다. 정우성은 “나라는 사람이 형성이 되고 존재의 가치를 만들어 주는 곳이다”라면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다. 꿈을 꿀 수 있는, 그리고 누군가에게 꿈을 줄 수 있는 게 바로 영화 아닌가”라면서 웃어 보였다.
최근 정우성은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허술하면서도 따뜻한 모습으로 친근함을 물씬 풍겼다.
“스크린에 나올 때는 배우의 이미지로 연기를 하죠. 그렇지만 늘 언제나 배우 정우성보다는 인간 정우성을 보여 드리려고 노력했어요. 아무래도 TV에 노출되는 빈도수가 적었기 때문에 신선하게 느껴지시기도 했을 것 같아요. 영화 홍보 차 했지만 정말 좋은 프로그램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죠. 그들에게 민폐만 끼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 드려요.”
# 데뷔 20주년, 향후 20년은 어떻게 채울까
어느 덧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는 “데뷔한 지 20주년을 맞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고 운을 뗐다.
“그동안은 정신적으로도 방어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굉장히 화려해 보이지만 속앓이를 많이 했죠. 향후 20년은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사실, 이제야 알에서 막 깨어 나온 기분이에요.”
나이도 나이인만큼 진정한 ‘짝’을 만나야 할 때다. 정우성은 “이미 나이가 지난 것 같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지금은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뭐 사랑이라는 게 항상 자연스럽게 인연이 닿는 거지 제가 만든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언젠가는 좋은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믿어요.”
정우성은 향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바둑선수의 재기 과정을 그린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와 이윤정 감독의 ‘나를 잊지 말아요’에 출연을 확정했다. 전혀 다른 성격을 띄고 있는 두 작품을 통해 또 한번 화려한 변신에 나선다.
“사실 신인 감독들의 양성차원에서 용기를 내 본 것도 있어요. 오히려 후배 감독들은 선배들에게 접근하길 어려워하더라고요. 조우석 감독이 ‘정우성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았다’고 말했던 것처럼, 본인들에게는 근접할 수 없는 거리감이 있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씁쓸하죠. 영화를 하는 사람들끼리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으면 해요.(웃음) 이 두 작품 역시 매우 멋질 겁니다.”
▲ 사진 임한별 기자 hanbuil@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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