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오규욱-김주현1-김주현2 기자] 2일까지 3개 세부종목이 끝난 볼링 성적의 중간 집계결과를 분석해보면 아시아 볼링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2일 남자 2인조에서 우승한 한국의 박종우(22)-신승현(23)은 성인무대에서 신예라고 할 수 있다. 한국만이 아니다. 아시아 각국이 세대교체를 통해 전력 쇄신을 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신구 조화를 통해 세대융합형으로 점진적 물갈이를 단행하고 있음을 이번 대회는 보여준다.
박종우-신승현 듀오는 성인무대에선 신예이지만, 청소년 대표로서 잔뼈가 굵은 ‘청년 베테랑’이다. 12년 동안 볼링공을 머리맡에 두고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이다. 아역 스타가 매우 자연스럽게 성인 대스타로 오르기가 쉽지 않은데, 이들은 그 어려운 ‘와이어 투 와이어’ 성장을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다. 즉 ‘죽마고우 동반성장’형 세대교체라고 할 수 있다.
박종우의 경우 2007년부터 각종대회에서 1위를 휩쓸어오면서 어린나이부터 이미 공인된 실력파다.
신승현 역시 핀란드 헬싱키 세계청소년볼링선수권대회 4인조 금, 마스터스 은 등 국제대회 수상 경험이 풍부한데다, SBS 생활의 달인에 100개의 핀을 한번에 넘어뜨리는 ‘볼링의 달인’으로 소개되는 등 기본기가 충분한 선수다. 이러한 풍부한 경험 덕에 홈 경기, 한-일전, 선배들의 설욕 등 많은 압박이 있는 이번 결승전에서도 실수 없이 우승 할 수 있었다.
박종우는 “압박이 없다고는 못한다. 홈 이라 더 잘 해야 한다 생각했고, 8강과 4강이 원활히 풀리지 않았다. 또한 일본이 계속해서 높은 성적으로 기세가 무서웠다”며 경기내내 마음이 무거웠음을 털어놨다. 신승현도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8강 단게임 매치제라 변수가 많아 힘들었지만, 큰 탈 없이 마무리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예선전부터 전체 1위, 각 게임마다 고득점을 유지해 온 일본 차세대 선수들의 기세는 이번 대회 가장 주목을 받는 대목이다. 일본은 1978~1994년까지 2인조 금메달 3연패하는 등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2000년대 들어 세부종목별로 최고왕좌에 오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대회에서는 91년생 요시다 다이스케, 86년생 사사키 도모유키가 예선, 준준결승, 준결승 등에서 2위그룹을 크게 따돌리는 점수차로 내내 1위자리를 지킬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국제대회 금메달 경력이 적은 상황에서 오랜만에 결승전에 진출한 어린 선수들이 압박을 견디지 못해 은메달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내공’을 기를 경우 기량면서 한국에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에 내년 인천 아시안 게임에는 더욱 기세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도 새로운 선수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약진하고 있는 싱가포르도 90% 이상을 90년대생으로 구성해 여자 개인 금메달, 남자 2인조 공동 동메달까지 올라왔다.
전통 강호였던 말레이시아는 출전 8명중 88년생 1명을 제외하곤 전원 90년대생으로 짰지만 세대 교체의 첫 성과는 좋지 않았다. 신예들의 기량이 1년새 훌쩍 큰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대교체 직후 성적부진은 좋은 자양분이 될 수도 있고, 그만큼 가능성도 크다는 기대감도 여전하다. 광저우 2인조 금메달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올해 8강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 출전 선수들은 모두 2진들로 구성돼, 이들이 8월 세계선수권, 내년 아시안게임 등 큰 대회를 앞두고 새 선수들을 훈련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게 이번대회는 일종의 시험대(test bed)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중동의 판세 변화도 주목할 만 하다. 그 동안 중동 볼링 대표국이었던 쿠웨이트는 올해 8강에도 진출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반면 UAE가 준결승에까지 한국과 박빙의 승부를 연출하며 중동의 새로운 강자이자 아시아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쿠웨이트는 세대교체를 단행했지만 ‘형 만한 아우’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UAE는 신구조화를 통해 시너지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30~40대의 노장과 최근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메달리스트로 조를 짜서 자연스럽게 세대가 융합되도록 했다.
3일 여자 2인조에 이어 남자 4인, 여자 4인 등 단체전에 줄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어떤 식으로 다음 세대의 볼링을 제시할 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여자 2인은 3일 안양 호계 체육관에서 오전 9시부터 시작한다.
/kjoohyun@hera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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