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6회> 바람에 맞서는 법 64

한편, 권도일은 내일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랠리 경기에 앞서서 고독한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자신이 몰고 달리게 될 로열골드는 태양빛을 강렬하게 되받아 쏘는 황금빛 머신이었지만 달빛에 물든 이 순간만큼은 싸늘한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애초에 로열골드를 황금빛으로 도색한 데에는 나름의 전략이 숨어 있었다. 비밀리에 성능 테스트를 하려는데 남의 이목을 끄는 황금빛이 무리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강렬하게 햇빛을 되쏘는 황금빛으로 인해 오히려 남의 시선을 차단할 수도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둔 셈이었다.

“권도일 전무, 이것은 겉보기와 다른 특수 머신입니다. 구동력 향상이란 과제에서 벗어나 차원을 달리하는 에어 뮬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 전무께서는 오히려 출력을 감소시키는 드라이빙 테크닉을 익혀야 할 것입니다.”

재벌 2세는 출전에 앞서 이렇게 부탁하지 않았던가.

“에어 뮬? 제대로 출력을 높이면 지상에서 120미터까지 날아오를 수 있는 그 에어 뮬의 엔진을 탑재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이 머신은 날아오르기 직전에 850마력의 힘을 낼 뿐입니다만, 그 힘으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16기통 8리터 가솔린 엔진으로 자연흡기 직분사를 하다가 이륙 직전에 순간 터보를 구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내장된 중앙병렬식 머플러를 통해 괴력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지요.”

재벌 2세는 이렇게 설명한 뒤에, 그러나… 서요르단 이스라엘 점령지역인 에이발산 언저리에서 1차 실험을 마친 에어 뮬에 출력 감소장치인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를 장착한 콘셉트카라고 부언하지 않았던가.

“이번 출전에서… 제 임무는 무엇입니까?”

“10센티미터… 더도 덜도 말고 지상에서 10센티미터만 날아올라 원하는 곳으로 향할 수 있도록 테크닉을 익혀 오십시오.”

그랬다. 이번 랠리를 빙자해서 로열골드를 지상 10센티미터로 띄우는 것이 권도일의 비밀 임무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로를 따라 달리는 것과 흡사한 비행운전법을 익혀야만 했다. 반도체를 이용한 자세 제어장비와 이륙장비를 활용하면서 눈으로는 도로교통 표지판이나 신호등을 주시해야 했다.

“실제로는 비행을 하면서 수시로 정지하고, 도로형태를 따라 회전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남의 눈에는 엄연히 바퀴로 구르는 것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에 작용, 반작용의 트릭도 구사해야 할 것입니다.”

효율적인 정지와 비상을 위해 복근 단련을 비롯해 무중량 적응훈련까지에 들인 노력이 얼마였던가.

하지만 권도일이 정작 고독에 잠겨 있는 까닭은 아버지 권일주와 약조한 거사시간이 임박했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유민 회장으로부터 M&A를 당해 패가하고, 그에게 테러를 당해 반신불수가 된 아버지 권일주야말로 고독한 반생을 살아온 인물이었다.

아버지가 고독하게 반생을 버텨온 이유는 확고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유민 회장에게 당한 고통을 배로 갚기 위하여 이번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 유민 회장이 애지중지하는 아들 유호성을 황천으로 보내는 일이었다.

‘자객은 유성과 같지. 잠시 빛나고는 영원히 사라지는 거야.’

어둠이 짙게 물든 산자락 밑에 로열골드를 세워놓은 채 권도일은 묵묵히 검은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엄연한 자객이었다. 하지만 원통하게 반생을 살아온 아버지를 위해 잠시 빛나는 유성의 길을 택하기로 했던 것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알루미늄으로 매끈하게 마감된 로열골드의 조종석은 차갑게 식어갔다. 하지만 그의 가슴은 시간이 지나도 뜨겁게 요동칠 따름이었다.

‘자! 죽으러 가자.’

그는 깊게 심호흡을 한 뒤에 로열골드의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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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