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무상보육을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신경전이 뜨겁습니다. 특히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심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무상보육에 대해 기사는 많이 나왔지만 사실 행정법과 세무 관련 지식이 없으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기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안을 쉽게 풀어보는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무상보육을 놓고 대놓고는 말할수 없는 정부와 서울시의 속내도 담았습니다.
무상보육 사업은 지난 대선 기간을 거치면서 차상위 계층(2012년 국회의결 최종안)→ 소득 하위 70% 이하 가정(2013년 정부예산안 기준) → 전 계층(2013년 국회의결 기준)으로 총 세 번에 걸쳐 확대됐습니다. 현재는 5세 이하 전계층의 영유아에게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무상보육에 대해 서울시 등 지자체들은 보육은 국가가 책임질 사안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약속한 만큼 명백히 중앙정부가 책임지라는 겁니다. 하지만 정부는 관련법을 들이댑니다. ‘보육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동책임’이라고 규정된 영유아보육법(4조)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중앙정부가 지원의사를 밝혔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일반회계에서 3607억원, 안전행정부가 특별교부세 명목으로 2000억원 총 5607억원을 전국 지자체에 지원해주기로 한겁니다. 지난해 말 국회가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 돈 없을 게 뻔한 지자체에게 주라고 결정한 예산입니다.
이 중 서울시에 배분된 금액은 1355억원. 서울시는 택도 없는 금액이라고 펄쩍 뛰었습니다. 무상보육이 세 단계로 확대되면서 단계별로 늘어난 총액이 3708억원인데, 1355억원만 주겠다는 것은 마지막 단계에 늘어난 1755억원에도 못 미친다는 겁니다. 남은 2353억원을 조달하는 길이 서울시로서는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3단계는 물론 1ㆍ2단계에서 늘어난 비용까지 총 3708억을 모두 달라는 것이 서울시의 요구입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지원조건까지 달았습니다. 지자체가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해 정부가 지원해 준 비용 나머지 부분을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다짐을 해야 주겠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지방세수 감소 등으로 안 그래도 여력이 없는데 추경할 돈이 어디 있나. ‘먹고 죽을 돈도 없다’는 겁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국무회의에서 ‘갑의 횡포’라며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국회도 지자체 편은 아닌가봅니다. 지자체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했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도 결국 6월 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영유아보육사업의 국고보조율을 20%씩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통과가 된다면 서울시는 현재 20%에서 40%, 지방은 50%에서 70%를 국가에서 지원받게 됩니다. 지자체들에겐 보다 안정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한목소리로 염원하고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다시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사실 이 정도 언론보도가 되고 안팎으로 우려한다면 조용히 협의를 시작할만도 한데 아직도 양쪽 주장은 완강합니다. 되레 갈수록 세지는 조짐도 보입니다.
거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각자 확실한 주장 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이한 점은 양측의 근거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겁니다.
양쪽의 근거는 지난 2012년 9월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 중앙정부와 전국 시ㆍ도지사협의회의 간담회장에서 비롯됩니다. 서울시는 당시 김황식 총리의 “보육체계 개편으로 인한 지방비 추가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는 발언에 주장의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 발언을 근거로 올해 보육예산을 2012년 수준으로 동결했다는 겁니다. 1~2단계 예산 부족분이 생긴 이유이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이 발언을 근거로 정부가 말을 바꾸고 있다며 전액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정부는 “왜 서울시만 딴 소리를 하냐”고 어이없어 합니다. 당시 간담회 자리에 함께 있던 다른 지자체는 올해 지자체 예산안에 무상보육 확대사항을 반영했는데 서울시만 왜 작년수준으로 예산을 잡아놓고 부족한 돈을 달라고 하는지 이해할수 없다는 겁니다. 복지부는 당시 정부의 약속은 올해 지방부담을 ‘2012년 정부 예산안’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2012년 무상보육에 사용된 지방부담금 전체 액수를 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같은 자리에 있었던 건 맞다. 하지만 지방의 지자체들은 정부의 뜻을 거스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올해 예산안에 반영한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아직까지 양측은 한발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지난달 말 서울시와 경기도 등을 제외한 지자체에 3507억원을 지원했습니다. 복지부는 추경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감정싸움은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안팎에서는 9월을 얘기합니다. 9월 국회에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와 함께 올해 부족한 예산 상당부분을 정부가 지원해줄거라는 겁니다.
서울시에서도 결국은 정부가 모두 지원해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옥신각신하던 정부와 지자체 갈등이 9월 정부의 지원약속으로 해소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부터 보육대란 경고는 많았지만 아직까지 지원은 계속되고 있는 거 봐선 진짜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해보입니다.
시기가 언제될진 모르겠지만 그저 어서 빨리 보육에 ‘대란‘이란 용어가 붙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는 사태가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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