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한국의 취업준비생에게 취업문은 ‘바늘구멍’이 된지 오래다. 이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게 구직자들의 마음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구직자들에게 합격을 통보해놓고 번복하는 사례가 적잖아 빈축을 사고 있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장형석(가명ㆍ24) 씨는 지난달 10일 국내 대기업 A건설의 2차 최종 면접에 응시했다.

면접에 참석한 취업준비생은 장 씨를 포함한 두 명이었고, 장 씨는 인사담당자로부터 “두 명을 모두 채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합격 소식을 들은 장 씨는 다른 회사 면접 일정은 아예 접어둔 채 출근 통보를 기다렸다. 이윽고 21일 장 씨는 “함께 면접봤던 사람에 대한 승인이 안 났으니 다른 사람을 채용할 때까지 출근 준비를 하며 기다려달라”는 소식을 회사로부터 들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장 씨는 날벼락 같은 전화를 받았다. “합격이 취소됐다”는 회사측의 통보였다.

장 씨는 “헛된 기다림에 다른 채용 기회마저 놓쳐버렸다”며 “이런 식으로 취업준비생을 농락하는 것은 횡포가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장 씨만의 경험이 아니다.

청각장애인 정진형(가명) 씨는 지난해 9월4일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IT업체인 B사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고, 같은 달 13일 면접을 거쳐 25일 공단을 통해 최종합격 소식을 들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어느 부서에 배치할 지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듣다가 결국 “배치할 부서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좌절해야 했다.

박인영(가명ㆍ여ㆍ27) 씨 역시 취업 얘기를 꺼내면 한숨부터 나온다. 박 씨는 지난 3월20일 건설 중장비 제조업체인 모 중공업의 면접시험을 치르고 이튿날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는 합격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이틀 뒤“없던 일로 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박 씨가 이유를 묻자, 직원은 “나는 단지 통보만 할 뿐”이라며 무책임한 답변만 늘어놨다.

한편 구직자 10명 중 3명은 회사 측의 번복으로 합격이 취소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896명을 대상으로 ‘합격 결정 후 채용이 취소된 경험이 있습니까’라고 설문한 결과 30.5%가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채용이 번복되고도 10명 중 8명은 별다른 대응없이 그냥 넘어갔다고 설문에 답했다.

한광영 공인노무사는 “회사로부터 채용에 대한 공식통보를 받은 후 번복됐다면 노동부에 직업안정법 위반으로 신고하거나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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