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이번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신형 한ㆍ중관계’가 형성되지는 않겠지만 중국의 대북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있는 만큼, 적어도 이번 만남에서 능동적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논의해 성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국은 지난 7~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에서 열린 미ㆍ중 간 ‘노타이’ 정상회담의 성과에 상당히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이번 방미를 지난 1979년 덩샤오핑(鄧小平)의 미국 방문과 비교하면서 양국 관계에 있어 새 장을 열었다는 호평을 내리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으로 인정했다면서 이제 양국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한 ‘신형(新型) 대국관계’가 첫 발을 내디뎠다고 자평하고 있다.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논조를 보면 이 같은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지난 10일자 ‘대국 관계의 새 모델을 여는 정치적 지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래의 중ㆍ미관계 발전에 관한 전면적인 계획이 세워졌다”면서 “이제 양국은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하고 공존과 공동번영의 ‘태평양을 뛰어넘는 파트너십’을 열어가려 한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사실 지금까지의 미ㆍ중 관계는 협력보다는 갈등과 충돌이 많았다. 미국은 현 세계질서를 지배하는 패권국이고, 중국은 급성장하는 강력한 도전국인 만큼 그럴 만하다. 이런 점을 볼 때 미ㆍ중 관계는 기존 세력과 신흥 세력의 대립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미ㆍ중 양국이 협조해서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물론 미ㆍ중 관계가 한번에 확 바뀔 수 있는 단순한 관계가 아니지만 적어도 냉전시대의 미ㆍ소 관계가 아닌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하자고 합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최근 중국이 보이고 있는 북한에 대한 입장 변화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중국을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들을 만나 “북ㆍ중 관계는 (혈맹관계가 아닌) 일반적 국가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은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중국 지도자가 공식석상에서 ‘북핵 불용’을 밝힌 것은 북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흐름을 감안하려는 의도에서인지 북한도 느닷없이 남북 당국회담을 제의하는 등 대화국면으로 선회했다.

이런 움직임들을 보면 이번 미ㆍ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ㆍ중 정상회담에 이어 이달 27일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한ㆍ중 정상회담도 열리게 된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체스판에 지각변동의 조짐이 일어나면서 이제 박근혜정부의 입장과 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당장 이번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신형 한ㆍ중관계’가 형성되지는 않겠지만 중국의 대북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있는 만큼, 적어도 이번 만남에서 능동적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논의해 성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큰 틀에서 방향을 합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역사적 만남’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