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기웅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돌아왔다. 전작 ‘각시탈’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스크린 복귀에 나서 여성 팬들의 마음을 훔쳤다.

박기웅이 분한 리해랑 역은 김수현과 라이벌 관계다. 자연스럽게 김수현과 비교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이 리해랑 역을 꺼려했다. 그러나 박기웅은 개의치 않았고,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기자를 마주한 박기웅은 “(김)수현이나 (이)현우보다 내가 가장 뒤늦게 캐스팅 됐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연기에 있어 굳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배우였다.

“수현이에게는 좋은 자극을 받았죠. 수현이도, 현우도 굉장히 영리한 친구들이에요. 연기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똑똑할 수가 없죠. 액션신만 봐도 머리가 얼마나 좋은 친구들인지 알 수 있다니까요.(웃음)”

영화의 주연은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다. 각기 다른 개성과 비주얼을 지닌 세 사람이 뭉쳐있다는 것이 여성 팬들에게는 큰 서비스. 하지만 정작 남자 배우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지 모른다.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셋이 모여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하하. 그만큼 장난도 많이 치고, 즐거웠죠. 셋 중에선 제가 맏형이잖아요? 맏형 노릇을 한다곤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최근작 ‘최종병기 활’, ‘각시탈’에서는 누구보다 강렬한 캐릭터로 힘을 준 연기를 선보였다. 그에 반해 이번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는 한 층 이완된 박기웅의 연기가 돋보인다.

“아무래도 전작에 반해서는 그렇죠. 굉장히 감정이 폭발되는 연기를 하다 보니 일상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뭐, 리해랑 역이 아주 일상적이라고 하긴 그렇지만요. 북한 사투리도 쓰고 하니. 하하. 그래도 전작보단 훨씬 힘이 덜 들어가서 연기하기 편안했어요.”

데뷔 한 지 어엿 10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자신의 연기에 부족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전 그냥 ‘나 연기 잘해!’라고 지르는 편이에요. 저 스스로 굉장히 부족함이 많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게 지르고 나면,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연기를 잘 한다’고 말을 함과 동시에 저와의 약속이 된 거니까요.”

박기웅은 지난 2005년 공포영화 ‘기담’으로 데뷔 신고식을 치른 후 휴대폰 CF로 대중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일명 ‘맷돌춤’으로 장안의 화제를 일으키며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그러나 한동안은 ‘배우’ 박기웅이 아닌 ‘맷돌춤남’으로 불리기도 했다.

“배우라면 피할 수 없는 게 이미지 구축인 것 같아요. 대중들에게 연기로 소통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서는 말이죠.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든 간에 모든 건 대중들의 선택인 것 같아요. 물론 근거 없는 루머나 음모는 문제가 있지만, 그게 아닌 보이는 것에 대한 이미지를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잖아요.”

박기웅은 미대 출신이다. 연기에 앞서 그림을 먼저 배웠다. 연기를 막 시작했을 무렵 박기웅은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람과 사람 간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그림을 전공한 그가 타인과 합을 맞추는 것은 어려웠을 터.

“아무래도 그림을 그렸던 성향 때문인지 다른 사람과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연기를 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전체의 과정을 말하는 거죠. 그렇지만 점점 연기를 하다보니 어느 덧 제 스스로 부드러워지더라고요.(웃음) 예를 들어 그림 작가가 영화의 감독이라면 배우는 주제죠. 또 제작사와 홍보팀, 매니지먼트 분들은 중요한 붓과 물감 등 도구가 되는 거고요. 전체를 보는 눈을 가지게 됐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만, 과한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딱히 ‘거대한’ 계획을 세우지도 않는다. 그저 필모그래피를 쌓아갈수록, 더 좋은 배우가 되길 바랄 뿐이다.

“딱히 뭐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계획을 세우지는 않아요. 돈은 많이 안 벌어도 좋으니,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하면서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을 뿐이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하하.”

▲ 사진 황지은 기자/hwangjieun_@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