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주남 기자]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우려로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동반 폭락하고 있다.엔달러환율 95엔대가 붕괴되며 도쿄증시가 5% 넘게 급락한 것을 비롯, 중국 증시도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로 4% 가까이 추락했다. 코스피도 장중 1990선이 붕괴되며 연중 최저수준으로 주저앉았다.
13일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701.92포인트(5.28%) 폭락한 12,587.40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닛케이주가는 엔화 강세 영향으로 200포인트 넘는 하락세로 출발한 뒤 낙폭이 확대되면서 한때 800포인트 넘게 빠지며 12,5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일본은행이 장기금리 상승 억제를 위한 추가 금융완화를 보류하고 정부 산업경쟁력회의에서 결정된 성장전략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시장 평가도 주가를 끌어내렸다.
토픽스(TOPIX) 지수도 44.87포인트(4.09%) 급락한 1,051.67로 오전장을 마감했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주가 폭락 여파로 한때 달러당 94엔대가 무너지는 등 사흘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가치는 오전 11시24분 현재 전날보다 2.0엔 오른 달러당 94.81엔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증시도 동반 급락세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장중 70.00포인트(3.17%) 떨어진 2,140.90, 선전성분지수는 326.88 포인트(3.73%) 급락한 8,436.88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 모두 단오절 연휴(10~12일)를 마치고 개장하면서 연휴 기간부각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에 급락세를 보인 뒤 점점 낙폭을 키워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종 경기지표가 부진해 경기 회복세 둔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자금 이탈로 인한 증시 자금 악화 우려가 나오면서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 폭락 여파로 우리 코스피도 1900선이 붕괴됐다.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1885.80을 기록, 연중 최저를 나타냈다.
선물옵션동시 만기일을 맞아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진데다, 외국인의 팔자세가 지속되며 지수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오는 18~19일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출구전략의 시기적 문제나 방법론 등이 제시될 것이란 우려감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 넘게 빠지며 137만원선도 내줬다.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며 6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신한지주, 현대중공업, KB금융, NHN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줄줄이 하락세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우려로 요동치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의 향방이 안갯속에 쌓인 듯 불투명해졌다고 진단했다.
지난 5년간 넘치는 유동성에 중독된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의 출구 전략 불안과 일본의 양적 완화 불확실성, 유럽의 미증유 완화책인 유럽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에 대한 독일 헌법재판소의 청문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실제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도, 태국, 호주, 멕시코, 브라질까지 신흥국의 증시와 통화가 연쇄적으로 폭락했다. 여기에 중국 경제 부진과 글로벌 대형 은행이 통화 관련 70억달러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겹쳐 불안심리를 가중시켰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이렇게 되면 “일본ㆍ미국ㆍ유럽 등의 시장도 충격을 받아 변동성이 한층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세계경제의 지각판이 이동해 도쿄부터 뭄바이까지, 요하네스버그부터 상파울루까지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의존한 3가지 상수(常數)였던 미국의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중국의 수요 호조와 원자재 빨아들이기, 세계경제와 일본경제의 연관성 하락 등이 모두 시장에서 의문시되는 현실을 지구 지각판의 이동으로표현했다.
최근 금융시장의 요동이 세계경제 정상화로 향하는 과정의 불가피한 진통인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 변화나 그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낳은 시장 변동성심화의 조짐인지 등 질문이 쏟아지고 있으나 “지금 답하기란 불가능하다”고 WSJ은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국채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미국 장기 금리를 대표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6개월 동안 최저 1.63%에서 최고 2.29%까지 1.5배 가까이 널뛰기를 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4월 초순 0.35%의 저점을 찍은 후 5월 말 0.98%까지 치솟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 단행 땐 채권시장이 붕괴될 것이고, 벤 버냉키 Fed 의장도 이를 저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짐 오닐은 12일 블룸버그TV 회견에서 투자자가 출구전략 실행 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단번에는 아니지만 계속 상승해 4%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본다”면서 “지금 상황이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이 금리를 급격히 인상해 채권시장에 충격을 가했던 상황과 흡사하다”고 경고했다.
오닐은 이어 “버냉키가 채권시장 붕괴를 저지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몇 주간의 시장 소요는 Fed의 출구전략이 시작되면 어떤 상황이 될지를 예고한 것”이라면서 “특히 과다한 자산거품에 대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10년물 수익률은 주식ㆍ채권 및 외환시장이 동시에 흔들리는 이른바 ‘트리플 위기’ 속에 12일 14개월 사이 기록인 2.27%까지 치솟았다. 채권 시세와 반대로 가는 수익률 상승은 시장이 그만큼 채권을 위험하게 본다는 의미다.
오닐은 일본은행이 추가 부양 조치를 보류한 것이 시장을 더욱 흔들었다면서 “이른바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투자자와 채권 간의 오랜 사랑이 식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고 표현했다.
마켓워치는 그러나 시장과 연준 상황이 당시와는 달라서 그런 충격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오닐은 “지난 몇 주의 시장 움직임은 충격 재발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최근의 시장 움직임은 ‘투명성’과 ‘명확함’은 다른 것임을 보여줬다”면서 “연준이 ‘단계적인 유동성 회수’를 강조하지만, 이것이 경제근간과 자산가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오닐은 출구전략 실행 시 고수익 공채와 신흥시장 채권이 특히 타격받을 것이라면서 경상적자가 심한 나라는 더욱 충격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켓워치는 경상적자가 심각한 인도가 최근 자금 대거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3일 ‘전 세계 자금 이동이 시장 혼란을 가중한다’는 제목의 1면 분석에서 “버냉키가 대책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저지하는 것이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Fed에서 일하다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로 옮긴 데이비드 스톡먼은 저널에 “지금의 시장 움직임을 출구전략을 앞둔 ‘정상적인 동요’의 일부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스톡먼은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연준을 잘못 움직이게 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따라서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후의 정례 기자회견에서 버냉키가 어떤 말을 할지가 더욱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강주남 기자/
test100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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