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36시간 만에 100만, 72시간 만에 200만, 12일차에 500만을 돌파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흥행 질주’, ‘한국 영화의 위력’ 등 가지각색의 '띄워주는' 수식어가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동시에 10대 여학생들의 무조건적인 사랑,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독과점 등 문제점 역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단 멀티플렉스 극장의 독과점 시스템은 이슈화 된 지 오래다. 중요한 것은 한 영화가 1,300여개 이상의 스크린을 독식한다면 이 영화에 흥미가 없는 관객은 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영화 선택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멀티플렉스 설립의 기본적 취지는 다양한 영화를 한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 상황은 전혀 다른 분위기로 관객들의 의도를 저버리고 있다.
‘전국노래자랑’ 제작자 이경규 역시 지난 5월 멀티플렉스 7개관 중 5개관이 '아이언맨3'라 자신이 만든 영화가 관객과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다며 아쉬워했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역시지난해 가을 극장가를 장악했던 '도둑들'의 독과점으로 상영기회가 줄어 영화배급 및 상영시스템의 전반적인 구조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멀티플렉스 극장파워와 배급사의 밀어붙이기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할리우드 영화 '맨 오브 스틸', '스타트렉 다크니스, '분노의 질주' 등 대형 블록버스터 무비에 대항했다. 한국영화로는 독보적으로 힘겨운 줄다리기 중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도 있겠지만, 영화 제목에서 나타나는 은밀하거나 위대한 것은 영화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북한 남파특수공작 5446부대의 최고 엘리트 요원인 원류환(김수현)이 왜 동네 바보로 위장해야하는지, 간첩의 역할로 남파됐지만 조국통일이라는 원대한 사명만 안고 뛰어들어 과연 무슨 역할과 명령을 수행하는지, 후미 부문에는 북한지도부의 대남정책이 기울어지면서 5446부대의 대장이 남한으로 넘어와 부대원들을 살해하려는 시도도 다소 유입력이 떨어진다.
이 영화는 전반적인 스토리의 허술함을 보여주면서 북한이라는 가깝고도 은폐된 국가의 기대치 못한 젊고 잘생긴 상남자를 메인 캐릭터로 내세워 영화의 전반부부터 주목을 이끈다. 김수현이라는 인기배우의 바보 흉내와 지저분한 분장, 달동네의 서민적 환경과 '오마니'라는 뜨거운 모성애를 합류시켜 관객들의 동정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역설적인 영화 제목과는 달리 일급 첩보원들의 숨 막히는 서스펜스나 반전은 희미하고, 관객들이 예상한 대로의 결과물을 도출하며 아쉽게도 문을 닫는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1인칭 내레이션을 통해 코믹하면서 정겨운 화음을 그리는 장면은 볼만하다. 달동네의 셋방살이 미혼모 란(이채영 분)이 입양된 아이를 그리워하고, 정 많은 셋방살이 주인과 조건 없는 짝사랑을 하는 이발소 아저씨까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주인공들이 등장해 영화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영화는 원작 웹툰을 그대로 영상 속에 옮겨놓은 듯해 창작성이 결여되고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의 구체화된 동기나 신념을 승화시키지는 못한다. 그저 잘생긴 바보흉내를 내는 남파간첩이야기를 매개체로 가족의 가치, 동료애, 달동네 사람들의 일상이야기들을 정감 있게 풀어놓아 기대감을 증폭시키지 못했다.
매일 뉴스에 등장하는 북한스토리는 이제 한국영화의 단골소재가 됐다. 박상연의 소설 ‘DMZ’을 각색한 박찬욱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는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을 다루었으며,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는 형과 동생이야기를 다루며 당시의 이데올로기와 형제애를 초점화했다. 영화 '간첩(2012)'에서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투입되었지만 제대로 생계비도 받지 못해 생활이 어려운 간첩들 이야기가 등장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이런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스토리텔링과 웹툰의 영향으로 플롯의 구심점이나 배치는 잘 짜여져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명확한 갈등증폭, 주제의식 전달은 미비하게 보인다.
또 마지막 결말부분에서 문제해결의 주체인 국가정보기관의 역할론도 힘을 잃고 설득력이 약해 합당한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빠져나온 3040세대가 느끼는 아쉬움도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글 /사진=이호규 남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
-문화예술학과 박사과정 -한국전문기자협회 전문위원 -미스코리아 경북 심사위원 -한국연기예술학회 정회원 -로그인엔터테인먼트 상임고문 -예술집단 참 공연제작이사
이호규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hoseo21@nate.com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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