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호수·빗방울 소리가 그대로…삼성전자 신기술로 다시 태어난 500년전 명화

그림 구석구석 촬영 놓치기 쉬운 부분 확대 관람객들 몰랐던 ‘명화속 비밀’에 감탄 연발

원화없는 명화전’ 미술 애호가도 관람행렬 기술·문화 등 다양한 ‘ITC융합’ 새길 개척

검은 디스플레이 화면에 조금씩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3~4초 간격으로 부분부분 금빛이 입혀지는가 싶더니 어느덧 그림 하나가 완성된다. 아테네 여신의 눈앞에서 저승의 왕 하데스가 젊은 여인 한 명을 납치해가는 희랍 신화의 한 장면. 디스플레이 화면 옆에 게시된 바로 그 작품이다. 벨기의 출신의 화가 페테르 폴 루벤스의 명화 ‘페르세포네의 납치’다.

“루벤스는 당시 다른 화가와는 다르게 흰 바탕이 아닌 검은 바탕 위에 색을 더해 그림을 그리는 작업방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루벤스가 작품을 그릴 때 화면 속과 같은 과정을 거쳤을 겁니다.”

큐레이터의 친절한 설명에 화면 주면에 몰려있던 관객이 “아~”하는 탄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시크릿 뮤지엄’ 전시회의 한 장면이다. ‘시크릿 뮤지엄’전은 2010년부터 프랑스 5대 미술관의 하나로 꼽히는 ‘프티팔레(Petit Palais)’가 벌여온 전시회다. 다빈치, 세잔, 모네, 렘브란트, 고흐 등 15~19세기 유럽 예술계를 주름잡았던 거장의 대표작을 최고 품질의 디지털 화면에서 재현해 전시하는 ‘원화 없는 명화전’이다. 프티팔레가 선정한 35점의 작품을 각각 삼성전자의 최신형 TV와 비디오 월을 통해 화면으로 재현한다.

하지만 전시회는 단순하게 디지털 화면으로 명화를 보여주는 수준이 아니다. 작품별로 전문가들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의미를 담아 각각의 디스플레이 화면에 담아냈다.

그림 구석구석을 촬영해 일반감상 시에는 놓치기 쉬운 부분을 확대해 보여주거나, 그림을 읽어야 하는 방향대로 이동해가며 보여준다. 참수당한 머리에서 실제로 피가 흘러내리거나, 안개 낀 호수가 풍경에 빗소리와 함께 비가 내리는 등 그림이 ‘살아 움직이기도’ 하면서 관람객의 감상도를 높여준다. 첨단의 디지털 영상기술이 명화와 만나 새로운 형태의 예술로 자리잡은 셈이다.

특히 뛰어난 색감과 명암으로 무장한 삼성의 첨단화면은 관람객에게 그간 보지 못했던 많은 것을 선사한다. 앞섭을 풀어헤치고 혁명대를 이끄는 여인의 모습으로 유명한 들라크루아의 작품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선 화면 속 저멀리 노트르담 성당 꼭대기에 나부끼는 조그만 프랑스 국기를 볼 수 있다. 혁명대의 목표이자 지향점을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이지만 워낙 작아 미술책이나 루브르박물관의 일반감상에서도 쉽사리 알아볼 수 없던 부분이다.

프티팔레 관계자가 “우리가 소장하고 매일 보던 그림이지만 그간 보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보게 해주는 전시회”라고 평가할 정도다.

때문에 ‘원화 없는 명화전’임에도 의외로 미술 애호가나 전문가의 관람 비중이 높다. 그 자체가 예술과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예술이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전시회 자체가 매년 진화한다는 것도 포인트다. 2010년 파리에서 최초로 열렸던 ‘레벨라시옹’ 전시회에서는 3D가 주된 테마 중 하나였지만, 올해 전시회에서는 LED 화면이 재현한 원색에 가까운 색감, 뛰어난 명암비에 기반한 입체감 등 화질이 중심이 되고 있다.

전시회를 기획자인 원천보 씨는 “한 곳에서 쉽사리 볼 수 없는 작품을 원화와 유사한 수준으로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나 작가의 의도를 반영해 그림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정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프티팔레미술관과 삼성전자가 함께 특별한 미술 경험의 장을 제공하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최고 TV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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