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ㆍ이슬기 기자] 올해로 41번째 어버이날을 맞이한 대한민국 부모들이 멍들고 있다. 자녀교육 문제에서 시작된 부부싸움이 가정폭력으로까지 치닫는 경우가 적지 않은 탓이다.
8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자녀교육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남편인 일용직 노동자 A(48)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48) 씨는 지난 5일 밤 11시 20분께 성동구 자택에서 휴일을 맞아 아내와 함께 삽겹살에 소주를 마시던 중, 자녀교육을 두고 말다툼을 하다 아내 B(48) 씨의 뺨을 손바닥으로 3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대학입시 사수생인 아들이 어린이날이 휴일임을 내세워 공부를 하지 않고 친구를 만난 뒤 밤늦게 귀가하자 아내에게 “아이 관리를 제대로 안 하고 뭐하느냐”고 소리쳤고, 아내는 “본인도 잘 나지 못했으면서 왜 그러느냐”고 대꾸해 싸움이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수원에서도 자녀교육 다툼이 가정폭력으로 번진 경우가 잇따랐다. 18일엔 중학교 2학년 아들에게 “왜 학원에 가지 않았느냐”고 훈계하는 걸 저지했다는 이유로, 부인(43)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린 공무원 남편(44)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전날인 17일엔 쇼트트랙 선수인 딸의 대회 성적과 관련해 말다툼을 하다 아내(45)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남편(45)이 경찰에 입건됐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 사회에서 학교성적ㆍ대학입시 등 자녀교육 문제는 부부 간 갈등의 ‘씨앗’ 중 하나였다. 2007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기혼여성 1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성가족패널조사’ 결과, ‘자녀교육 문제(10.5%)’는 ‘음주 및 늦은 귀가 등 배우자의 생활습관(16%)’ ‘경제적 문제(15%)’에 이어 부부싸움을 하는 원인 중 세 번째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부부가 자녀교육에 많은 걸 희생할수록 자녀교육에서 비롯되는 갈등의 폭발력이 더 커진다고 지적한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소장은 “맞벌이가 아닌 경우 남편 입장에선 아이 교육을 위해 온갖 고생을 해 돈을 벌어오는데 아이가 공부를 안 하고 통제가 안 되면 허탈감을 느끼기가 쉽다”며 “그 책임을 아내에게 묻다 싸움이 일어나는 사례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자녀교육에 한창 힘을 쏟을 땐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지는 만큼 자녀교육에 대한 부부의 예민함이 더 증가한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미혼 자녀를 2명 이상 둔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녀 교육비(16.9%)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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