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에서 에쿠스까지…한국 자동차 기술 변천사‘ 파노라마’

엔진에 네 바퀴·차체만 있던 깡통차(?)에서…내집같이 편하고 안전하게 타고 다닐 수 있는 최첨단 기능 갖춘 전자기계장치로 대변신

1976년 포니, 배기량 비해 엔진출력 크고 기동성 뛰어나 온국민 사랑 한몸에…V6 람다(λ) 엔진 들어간 현대 에쿠스 실내, 비행기 1등석도 부럽지 않아

# 1. 1976년 8월 현재. 1945년 해방둥이인 김현기(가명) 씨는 가슴이 벅차다. 얼마 전 나온 국산 신차 현대자동차 포니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차 마니아였던 김 씨는 227만원의 거금을 투자해 포니를 구입했다. 직장 동료들은 김 씨의 포니를 구경하려고 몰려 들었다. 다부지게 잘 빠진 외관. 몇년 전 일어난 석유파동으로 기름값이 걱정됐지만 리터당 13㎞에 이르는 연비에 고민은 잠시 접어뒀다.

차를 타고 거리에 나온 김 씨. 4기통 1237㏄ 일본 미쓰비시 엔진을 실은 포니는 말 80마리가 이끄는 힘(80마력)을 자랑했다. 김 씨는 도로에 나선 포니를 바라보는 985㏄의 기아차 브리사 운전자들의 부러운 눈길도 은근히 즐겼다.

계기판에 나타난 최고속도는 155㎞. 클러치를 밟으면서 기어를 변속하는 김 씨의 발은 음악 장단에 맞춰 발을 구르듯 즐거웠다. 날씨는 더웠지만 창문을 열고 달리니 선풍기를 튼 것 마냥 시원했다. 자동차 보닛 양쪽에 달린 조그만 사이드 미러는 앙증맞았다. 시속 100㎞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7초. 어떤 차 부럽지 않다. 김 씨는 이렇게 속으로 되뇌었다. “포니가 나에겐 최고의 차야!”

# 2. 2013년 5월. 20여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해, 어엿한 중견 사업가가 된 김 씨. 얼마 전 3800㏄급 현대차 에쿠스 최고급 사양을 구입한 그는 요즘 운전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예전부터 드라이빙을 좋아해 틈틈이 에쿠스를 몰고 도로에 나선다.

에쿠스는 포니의 4배가 넘는 334마력을 자랑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금세 시속 100㎞를 넘어선다. 중후하고 편안한 차지만 드라이빙을 즐기고 싶을 때는 ‘스포츠 버전’으로 바꿔 운전하기도 한다.

젊은 시절 포니를 운전할 때는 오르막길에서 기어변속을 하느라 시동도 자주 꺼뜨렸지만 이제는 자동 8단 변속기여서 별 어려움이 없다. 예전엔 주차하다 범퍼를 벽에 자주 부딪혔지만 에쿠스엔 내부 모니터를 통해 차가 움직이는 영상을 마치 위에서 보듯 볼 수 있어 전혀 어려움이 없다. 운전 중에 블루투스로 편하게 전화도 한다. 라디오를 듣고 싶을 땐 말만 해도 알아서 척척 작동시켜 준다. 운전석 앞 창문에는 주행속도에서부터 길 안내까지 모두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어, 앞만 보고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또 다른 재미도 있다. ‘크루즈컨트롤 기능’이 내장돼 있어 고속도로에서 일정 속도로만 설정해 주면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달린다. 갑자기 다른 차가 중간에 들어와도 레이저 센서가 알아서 차간거리를 조정해 준다. 발은 편하게 쉬고 운전대만 잡고 있으면 된다. 운전 중 차가 중앙차선을 벗어나거나, 다른 차가 옆에 접근하면 미리 감지해 경보도 보내준다.

옛날에는 길을 몰라 지도책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어렵사리 찾아갔지만 이제는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만 입력하면 척척 알려준다.

김 씨는 과거의 추돌사고로 아직도 뒷목이 뻐근하다. 하지만 에쿠스엔 뒷차가 부딪힐 경우 센서가 이를 감지해 헤드레스트를 돌출시켜 목 부상을 최소화해주는 기능이 있어 안심이다. 무릎까지 보호해주는 9개의 에어백도 있다.

예전 포니 운전 때를 회상하던 김 씨는 혼자 이렇게 속삭였다. “요즘 차는 마치 로봇 같아!”

1인 1자동차 시대. 자동차는 누구나 갖고 싶어함은 물론 항상 더 나은 차를 원한다. 그런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하듯 자동차 기술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다. 벤츠, BMW 등 세계적으로 역사를 자랑하는 자동차 회사들도 자동차 개발 당시 ‘마차보다 조금 빨랐던’ 차들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시속 200㎞ 이상은 거뜬히 달린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는 엔진에 네 바퀴와 차체만 덜렁 있는 깡통차(?)에서 이제 각종 전자 장비가 가득 찬 첨단 이동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자동차의 기술 또한 급격히 발전해왔다. 한국 자동차산업에서 현대차의 포니와 에쿠스는 기술발전의 양 극단에 상징적으로 서 있다. 그 간극이 바로 한국차의 발전 모습이기도 하다. 한국 자동차, 그중 일반인들이 즐겨타는 세단의 역사는 기아차 브리사와 현대차 포니가 굴러다니던 1970년대가 사실상 초창기다. 1974년 최초로 생산된 브리사는 배기량 985cc에 최고속도 140㎞를 자랑(?)했다. 당시 출고가는 159만9000원. 기아차 소하리 공장과 세단을 의미하는 S의 머릿글자를 따 S-100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당시에는 소형차였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경차급이다.

브리사의 아성을 무너뜨리고자 나온 차가 바로 현대차의 야심작 포니다. 포니는 배기량에 비해 엔진출력이 컸고, 기동성이 뛰어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판매 첫해에만 1만726대가 팔렸다. 당시 포니는 0.8㎜의 철판을 사용해 견고함을 자랑했다. 엔진실은 충돌 시 그 부분만 접혀져 충격이 내부에 전달되기 전에 흡수되도록 했다.

개인택시 운전자인 박화섭(66ㆍ가명) 씨는 “에어컨이 없었고 스틱(수동기어)이어서 오르막길 오르기가 힘들었지만 처음 포니가 나왔을 때는 아무나 몰 수 있는 차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포니 생산 이전까지는 신진자동차, 새나라 자동차 등에서 블루버드, 코로나, 크라운, 코티나 등의 외국모델을 국내에서 단순 조립해왔다. 현대차는 포니 이후 스텔라, 쏘나타, 그랜저 등을 통해 자동차 개발을 꾸준히 해왔고 기술을 총 집약시킨 플래그십(기함) 모델인 에쿠스를 만들었다.

개선장군을 뜻하는 에쿠스는 현대차가 독자개발한 V6 람다(λ) 엔진이 들어가 있다. 과거 일본 등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오던 것과는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실내는 비행기 1등석이 부럽지 않다. 천연가죽으로 한땀 한땀 손수 바느질한 듯한 좌석에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웬만한 충격도 흡수해준다. 운전 시 나오는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도 적어 마치 도서관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밤에 운전할 때는 운전방향에 따라 전조등이 미리 움직여 비춰준다.

과거 자동차는 이동에 충실한 도구였지만, 이제는 내집같이 편하면서, 안전하게 타고 다닐 수 있는 최첨단 기능을 갖춘 전자기계장치가 돼가고 있다. 철과 고무, 합성수지 등으로 조합된 ‘기계덩어리(?)’였던 차가 이제는 각종 전자제어장치, 위성항법장치까지 갖춘 똑똑한 ‘IT 집합체’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 양끝에 포니와 에쿠스가 자리하고 있다.

권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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