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난 한 놈만 패.”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에 나오는 대사다. 최근 경찰의 4대 사회악 근절 활동은 이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난 4대 사회악만 패.”
경찰청은 올해 기능별 공약 특진을 없애고 성폭력ㆍ가정폭력ㆍ학교폭력ㆍ불량식품 등 ‘4대 사회악’ 척결 승진에만 40명을 배정했다. 전체 특진 대상 329명의 10%가 넘는 수치다.
물론 4대 사회악은 근절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다음달 4일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경찰이 ‘보여주기’식 수사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직폭력과 기업형 범죄를 소탕하는 광역수사대가 불량식품 단속에 뛰어들고 국제범죄수사대까지 실적 쌓기에 골몰하고 있다. “범인 검거보다 불량식품 단속이 주업무가 돼 버렸다”는 일선서 형사들의 푸념도 나온다.
‘4대악 척결’에 밀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수사권 조정’은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국정과제 선정에서도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면서 후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정과제 자료에는 “국민의 편익 관점에서 글로벌 기준에 맞는 합리적인 검ㆍ경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는 원칙적 내용만 담겼을 뿐이다.
호송ㆍ인치 문제도 좀체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인다. 지난해 11월 총리실이 개입해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업무에 필요한 인력을 두고 검찰과 경찰은 여전히 줄다리기 중이다. 유치장 이관 문제도 답보 상태다. 경찰은 인권 등을 이유로 유치장 관리 업무를 경찰 수사과에서 경무과로 이관을 추진 중이지만 법무부는 검사의 유치장 지휘통제 권한을 방패로 삼으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경찰의 핵심 현안에 대한 논의는 마땅히 실무자협의도 갖지 못한 상태다. 과도한 ‘정권 눈치보기’란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정권 눈치보기로 수사권을 얻을 것이란 기대는 순진한 환상에 가깝다. 경찰이 정작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은 정권이 아닌 국민이다. ‘코드 맞추기’식 수사를 벗어날 때,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을 때 수사권 조정 등 난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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