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불편한 50대 남성 사망한지 수일 지나 발견

이웃끼리 오순도순 옛말 대부분 혼자 술로 달래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위치한 쪽방촌. ‘가정의 달’이 무색하게 이곳 사람들은 죽음도 쓸쓸히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7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단칸방에서 A(50) 씨가 숨져있는 것을 이웃 주민 B(48) 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한 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등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서 가족과 떨어져 수년 째 쪽방촌 생활을 해왔다.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주인집 아주머니를 대신해 밀린 월세를 받으러 갔다가 숨져있는 A 씨를 발견했다. 방안에 막걸리 병이 나뒹굴고 있었고 방안에는 냄새가 지독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부패하기 시작한 것으로 미루어 사망한지 최소 3일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위치한 쪽방촌. ‘가정의 달’이 무색하게 이곳 사람들은 죽음도 쓸쓸히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위치한 쪽방촌. ‘가정의 달’이 무색하게 이곳 사람들은 죽음도 쓸쓸히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A 씨가 지내던 곳은 3층짜리 건물로 총 20여개의 쪽방이 있는 곳이었다. 2층 제일 끝방에 살던 A 씨의 하루 방세는 8000원이었지만 A 씨는 이마저도 제 때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쪽방촌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대부분 월 43만~47만원 정도의 생활비 지원을 받고 있지만 가족이 있을 때는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A 씨처럼 신체적 장애가 있을 때는 일용직을 통해 돈을 벌기도 어렵다.

이웃주민 C(56) 씨는 “A 씨는 평소 파지를 주워 생활비를 마련해왔다”고 전했다.

쪽방촌을 관리하고 있는 돈의동 ‘사람의 쉼터’ 관계자는 “쪽방 766개에 거주 인원만 580명에 달한다. 사회복지사 4명이서 관리하다 보니 모든 거주자들의 상태를 매일같이 파악하기란 물리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인원확충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한 사회복지사는 “주로 식사를 하기 어렵거나 나이가 많은 분들을 위주로 방문을 할 수 밖에 없다. 비교적 젊은 분들이 돌아가시는 경우 사망하고 수 일이 지나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들어 쪽방촌 분위기가 변했다”면서 “예전에는 쪽방촌 이웃끼리 소주 한 잔에 음식도 나눠먹으며 소통했는데 지금은 혼자 술을 마시며 외로움을 달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4년째 쪽방촌 생활을 하고 있는 D(58) 씨는 “아프고 힘든 사람들끼리 서로 돌보며 함께 살고 싶어도 방이 너무 작아서 그럴수도 없다. 여기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외롭게 죽는다”라고 털어놨다.

황유진ㆍ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