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뉴스]A(47ㆍ여)씨는 지난해 5월 누군가에게 ‘대출을 받게 해 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에 A씨는 은행 계좌를 개설한 뒤 통장 사본과 현금카드를 전화를 건 이에게 전달했다.

이 사람은 A씨에게 통장을 받은 당일 대검찰청 직원을 사칭해 B(31ㆍ여)씨에게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속여 돈을 A씨 통장에 이체하도록 한 뒤 590여만원을 가로챘다.

이 경우 본의 아니게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이용한 ‘통장주인’이 된 A씨에겐 책임이 있을까.

청주지법 민사항소1부(이영욱 부장판사)는 25일 보이스피싱 피해자 B씨가 통장주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피해액의 절반인 299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채 성명 불상자에게 통장 사본과 현금카드를 제공하고 비밀번호도 알려줌으로써 가해 행위의 실행을 용이하게방조했다”고 판시했다.

또 “현금카드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면서 성명 불상자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카드 등을 돌려받을 시기나 방법을 정하지 않은 점에 비춰 보면, 피고는 성명 불상자가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를 위험이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도 성명 불상자와 전화 통화를 할 때 개인정보를 알려주고 돈을 계좌에 이체한 책임이 있는 만큼 피고의 책임을 50%로 한정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