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네이버가 선정성 배제 등을 목적으로, 독자 스스로 선택한 매체만을 볼 수 있는 뉴스스탠드 시스템을 1일부터 가동했다. 독자는 기사를 읽으려면 먼저, 원하는 언론사 박스를 선택한 뒤, 다시 뉴스콘텐츠 헤드라인을 클릭해야 한다. 네티즌은 두 번 클릭에 번거로워 지고, 매뉴를 보지 못한 채 가게만 고르는 방식이라 상품 정보가 전혀 없으니, 다소 불편해 진 것이다.
네이버측은 “(기존 뉴스캐스트 체제에서) 개별 기사단위로 소비되는 문화가 뉴스를 가볍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선정성, 연성화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현실은 움직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또 “(이번에) 언론사와 이용자 간 만남의 지점을 확대시켰다. 언론사는 이 접점을 통해 이용자에게 신속하게 뉴스를 전달할 수 있다. 이용자가 불편하겠지만, 언론사와 기자의 브랜드가 중요해져야 뉴스콘텐츠의 질이 강화된다고 본다”는 뜻을 밝혔다.
과연 그랬을까. 뉴스스탠드에 노출된 52개사의 뉴스박스 속을 들여다 보았다.
▶메이저 “벗을땐 간절해”, 전문지 “D컵녀 풍만한…”
모범을 보여야 할 이른바 메이저 신문. ‘코피나게 하는 볼륨몸매’, ‘여관광객, 남친 앞 집단성폭행’, ‘여 선배연예인, 남 후배 중요부위에…’, ‘분노, 얼마나 야하기에…’, ‘벗을 땐 간절해…도와주세요’, ‘한밤중 20대 여간호사’, ‘이혼충격 30대 옷벗은 채’, ‘원룸 여도우미 부른 30대’, ‘1초뒤…음흉에서 허탈로’…. 한 신문은 절반 가까이 선정성 기사로 채웠다 뉴스캐스트 시절보다 더 위험해진 것이다.
전문일간지는 더했다. ‘H컵녀, 그라비아급 헉’, ‘흠~뻑 젖었네’, ‘D컵녀 풍만한 가슴이…’, ‘숨겨둔 아이 있다. 만우절 고백’, ‘해변 미녀들과...’, ‘가슴이 커서 문제, 피겨샛별 위기!’, ‘내 주인이 돼 날 조련해줘’, ‘글래머 여가수 살짝 숙이니 올킬’, ‘몸매 SNL 능가 후끈’, ‘유명 여배우 또다시 F컵 과시’…. 메이저 신문과 중복되는 선정성 기사는 재론하지 않았다.
중하위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남성 100명 출장 성매매’, ‘초미니 밀착 드레스 후끈’, ‘남자 개그맨 뭘 봤길래 코피가…’, ‘여화장실 몰카’, ‘근육 터질라’, ‘버스 기다리던 여학생 성추행’, ‘날씬해질테다’, ‘이혼 앞둔 할아버지가 어떻게…’, ‘초등학교 근처서 성매매’, ‘섹시 댄스에 남심 녹네’, ‘가슴 한 쪽만 부풀자 당황’, ‘교수, 만우절 맞아 학생 상대로…’, ‘여우들의 화끈한 자태’, ‘이러면 안돼, 당황’, ‘볼륨 몸매에 입이 쩍’, ‘성폭행 12번’, ‘궁둥짝 두들기던 퇴폐적 공간’, ‘콘서트장 미모녀 알고봤더니’, ‘뒤태 미녀’, ‘우리도 전쟁 준비할 때’, ‘딸 집단 강간, 도끼로 범인 심판’, ‘인육 캡슐, 내용물도 소름’, ‘성폭행 당한 15세녀에게…’, ‘한국인 이 약 먹으면, 놀라운 사실’….
▶20개 안팎 뜻있는 언론사만 ‘골탕’…“악화가 양화 구축할라” 물론 방송 5사와 헤럴드경제, 그리고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노컷뉴스, 뉴시스, 머니투데이, 세계일보, 스포탈코리아, 아시아경제, 아이뉴스24, 이데일리, 지드넷, 한겨레신문 등은 선정성 기사를 거의 싣지 않고 종합 뉴스 전달 기능을 수행했다.
숱하게 거론되는 풍선효과 중에는 ‘유명 집창촌을 철거하니 윤락가가 주택가 깊숙이 침투했다. 아이들과 선량한 시민마저 걱정이다’는 예시도 있다. 상품을 먼저 접하는 ‘뉴스캐스트’ 체제가 3월말로 막을 내린 뒤, 매뉴 조차 보지 못하고 가게부터 찾는 ‘뉴스스탠드’ 체제가 개막된 첫날의 결과만을 놓고 보면, 손님이 어느 집을 방문할지 몰라 ‘수인의 딜레마’를 겪는 상당수 언론들은 저마다 ‘홍등(紅燈)’을 더 세게 밝힐 수밖에 없는 지경인 듯 하다.
사실 네이버도 기사의 연성화, 선정성을 우려한다면서 뉴스스탠드 박스 위에 ‘연예’ ‘스포츠’ ‘경제’ 항목만을 제시해 이 논란에서 비켜갈 수 없다. 정치,IT,문화,사회 등 그 많던 분류 항목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빗나간 언론이 홍등을 밝힐 때, 뜻있는 20개 가량의 언론사는 허탈감을 느껴야했다. 물론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PC나 휴대폰의 ‘나홀로 접속’ 환경에서 선정성의 유혹에 자유로운 네티즌이 얼마나 될까.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할 일도 예견되는 상황이다.
▶매뉴 없이 가게만 찾는 뉴스스탠드…평판이 지배, 콘텐츠는 배제 언론사와 독자간 접점을 확대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멀어졌다.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정보유통의 바람직한 생태는 언론사와 독자 간 만남이 아니다. 정보와 네티즌 간의 만남이다.
법원은 네이버에게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고 했다. 포털의 기능과 시장개념은 워낙 넓기에, 몇 개 사업만을 떼내 시장점유율을 따지는 계산법은 잘못이라는 이유에서다. 네이버는 지식의 창고, 커뮤니티 공론 마당, 교육, 게임장, 뉴스유통원, 네트워크, 캠퍼스모바일, 전업주부의 휴식공간, 농민의 판로, 소외된 이웃의 한풀이 신문고이다. 대한민국의 사회요, 문화요, 세계로 통하는 창이다. 네이버 스스로도 이같은 공익적 사명을 알고 있었다. ‘온라인 대한민국’이었기에 ‘정보 유통의 투명하고 담백한 생태’ 조성을 위해 노력했음은 국민은 잘 안다. 우린 그 노력을 ‘신뢰 비즈니스’, ‘공익을 지향하는 착한 이윤 추구’라고 부른다.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듯, 사회적 ‘거대 멍석’이 된 네이버도 사회적 책임과 양심의 부름에 충실하려 했던 것이다.
네이버는 공신력 있는 지식과 네티즌끼리 주고 받는 미확인 지식을 구분지었다. 학습자료로서 의미있는 것은 전문가의 주석을 달았다. 무책임한 댓글이 없도록 2중3중 게이트키퍼를 두었다. 뉴스유통에서는 뉴스캐스트라는 세계적으로 전무한 제도를 도입했다. 포털의 편집 편견을 배제한채 언론사별 8개씩 담백하게 제시했다. 포털의 객관성, 언론의 자율성을 담보하는 세계적인 모범적인 사례였고, 부작용이 있을 때 시민 옴부즈만 제도 등 개선책을 속속 도입해 정화하던 중이었다.
▶‘대한민국의 창’ 공공성 향한 네이버 노력 무색해질 우려 이미 ‘대한민국의 창’이 된 네이버를 언론도, 기업도, 공론의 바람직한 형성을 기대하는 정치권과 정부도 존중해야 한다. 역지사지, 이미 네이버가 저질러버린 현재의 정보 유통 생태, 공공적 매개자로서의 지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포털과 언론 파워 간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순리이다.
네이버가 정보의 담백한 유통을 목표로 좋은 뉴스콘텐츠의 선택을 도모하기 보다는 비합리적인 모종의 압박에 의해 언론사 ‘평판도’ 중심의 선택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면, 또는 언론사 이름에서 풍기는 네티즌들의 이념 편향적 선택 내지는 국론 분열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뉴스스탠드 체제 첫 날 풍경처럼 대다수 언론이 ‘조바심의 홍등’을 켜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
▶언론은 포털 존중하고, 포털은 기왕의 생태 책임관리해야 ‘57회 신문의 날’을 코 앞에 두고 언론 스스로 ‘홍등’에 비유하는 심정은 참담하다. 선정적 뉴스를 자동 집계해 언론사 순위를 공개하는 사이트 ‘충격고로케(http://hot.coroke.net)’를 가보면 창피하기까지 하다. ‘포털에 졌느니’ 하는 옹졸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일부 언론 그들만의 꼼수와 저질 콘텐츠 경쟁이 개탄스러운 것이다. 생산자와 유통책임자 간, 생산자들 간의 금도를 지키는 상호 존중은 ‘언론의 사막화’를 극복할 중요한 기반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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