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눈이 3~4일 열리는 일본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 쏠리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탈출을 위해 대규모 양적 완화를 단행할 방침이지만 시장에서는 2년내 물가 2%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도 지난 2일 중의원에 출석해 2년 안에 2% 인플레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시인했다.

일본은행은 3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시장에 무제한 통화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5년, 10년물 등 장기 국채와 상장투자신탁(ETF)과 같은 리스크 자산을 매입하는 안을 검토한다. 매입액을 2조엔에서 5조엔으로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일본 금융당국이 시장에 돈을 풀면 엔저와 금리인하, 소비진작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이 15년에 걸친 디플레 탈출을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무엇을 하든 일본이 소비와 물가를 높일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이같은 회의론의 핵심에는 일본의 고질병인 저임금과 저성장이 자리한다. 일본에서 임금은 1997년 정점을 찍은 후 지금까지 9% 하락했다. 최근 백화점 매출이 늘어나는 등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분위기이지만 소득 인상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같은 지출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일본 기업들이 중국과 경쟁하면서 고임금과 풀타임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해 일본내 저임금, 시간제, 계약직 노동력 비중이 늘어난 탓이 크다.

일본의 경제성장률도 인플레 2% 달성에는 턱없이 못미친다. 물가를 2%로 올리려면 일본 경제가 연 4% 성장해야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올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0%, 내년에는 -0.5%로 예상해 비관론에 힘을 실었다.

물가 2% 달성 회의론은 일본내에서도 팽배하다. 민주당 마에하라 세이지 의원은 2일 의회에 출석해 “BOJ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수 없다면 2년내 2%달성은 단순한 응원 구호로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아소 다로 재무상은 이날 의회에서 “내가 아는 한 디플레 탈출을 위해 물가목표 정책을 쓰는 나라는 없다“며 “물가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마에하라 의원의 질문에 “2% 물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꾸준히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3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베 총리가 2년내 디플레 탈출이 힘들다고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과거 거품 경제에서도 물가인상이 1%대에 그쳤음을 상기시켰다.

물가인상 회의론은 주가와 엔화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월이래 40% 넘게 상승했던 주가는 지난주 4% 하락했고 엔화는 달러대비 1% 절상됐다. 지난 이틀간 일본 주식시장에는 차액매물이 쏟아지면서 급락했고, 엔화 가치는 2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92엔대를 기록하면서 1개월만에 엔고로 반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본의 양적완화가 이번 회의에서 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취임후 10여일간 국회 질의를 받은 구로다 총재가 정책위원들과 완화책에 대해 조정할 여유가 없었다”며 “추가완화가 26일 결정회의로 미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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