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학부모는 학창시절 체육수업에 대한 기억이 그다지 좋지 않다. 체육이라면 ‘시간 때우고 노는 과목’으로 여긴다. 운동장에서 교사는 간데없고 학생끼리 공 갖고 노는 ‘아나공 수업’ 경험 때문이었다. 아나공은 아나와 공의 합성어로, 아나는 ‘여기’의 경상도 사투리다. 즉 ‘여기 공 있다’며 공만 던져주고 학생끼리 노는 체육수업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만도 했다. 예전엔 체육활동에 대한 가치와 인성적 요소를 제대로 가르친 체육선생님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이 “최고의 기량을 겨루는 엘리트 스포츠를 보는 건 좋은데, 학교체육은 영 아니야”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갖도록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체육이 국·영·수 등 핵심과목에 치여 기타과목으로 밀려나게 된 것은 체육에 대한 인식부족과 함께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산업화ㆍ민주화의 영향으로 삶에 여유가 생기면서 체육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몇 년 사이 이러한 변화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사회 저변에서 개인의 여가생활과 건강을 위해 체육이 큰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체육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체육이 운동능력을 키우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으로서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청소년의 학교폭력, 자살, 왕따, 게임중독 같은 일탈행동이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체육활동의 역할을 새롭게 보게 됐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시대적 상황 변화와 함께 일선 체육현장에서 활동하는 많은 체육교육 관계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체육학자의 연구모임인 한국체육학회가 지난달 말 개최한 2013 학교체육진흥세미나에서 ‘학교체육 수업이 바람직한 인성을 만든다’는 주제를 갖고 토론을 한 것도 학교체육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학교체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세미나는 인성 중심의 체육수업 활성화와 체육수업을 위한 시도교육청의 행정참여 방안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선희 목포대 교수는 종합토론에서 “인성중심 체육수업 활성화는 체육활동의 본질을 찾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체육활동의 가치와 인성적 요소를 우리 사회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구현해내는 지속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며 체육수업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밝혔다.
김 교수는 식물이 자라기 위해 물과 공기가 필요하듯이, 체육수업은 체육교사ㆍ학교ㆍ교육청이 인적ㆍ물적ㆍ제도적 자양분으로서 역할을 해야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존 로크는 체·덕·지의 순서로 체육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명언을 낳았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말을 앞세우고 강조하더라도 체육은 스스로 몸으로 익히고 가슴으로 느끼지 않으면 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피상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한다고 무조건 인성이 함양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ㆍ교사ㆍ학교ㆍ교육청 등이 다양한 체육활동을 통해 청소년의 인성을 어떻게 함양시켜 나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때 가능하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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