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현실일까 망상일까

위험은 도처에 있고, 재난은 불시에 다가온다. 출퇴근길, 한강의 다리를 지나다니며 “혹시나” 하고 불안해한 적은 없는지. 19년 전 성수대교 붕괴사건의 기억이 생생하다. 백화점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천장이 내려앉을 듯한 공포를 느낀 일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것이 1995년이었다. 2001년 한때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위용을 자랑했던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비행기 테러로 순식간에 무너졌다. 2004년 동남아 쓰나미, 2010년 칠레의 강진에 이어 2011년엔 일본에서 해일이 거짓말처럼 건물과 사람들을 쓸어갔다.

아직까지 ‘재난’으로부터 성공적으로 비껴온 삶이라고 위안할 수는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상사로부터 “내일부터 집에서 쉬어도 좋다”는 통보를 받을 수도 있다. 몸이 안 좋아 찾아간 병원에서 당신 혹은 가족의 누군가에게 날벼락 같은 진단이 내려질지 모른다. 날로 늘어나는 보험의 종류와 납입금의 액수가 뜻하는 바는 당신이 안전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이 사회가 당신의 삶을 절대 보장할 수 없다는 자명한 진실이다.

제프 니콜스 감독의 영화 ‘테이크 쉘터’는 현대사회의 ‘악몽’을 그린 작품이다. 꿈이야 깨어나면 그만이지만, 이 영화 속의 악몽은 깨고 나면 또 다른 꿈 속인 ‘악몽의 차이니스 박스’이자 마주 보는 거울 속의 거울처럼 ‘무한의 반영’을 이루는 상이다.

교외의 한 저택. 공사현장의 스태프로 일하는 커티스(마이클 섀넌 분)는 아내(제시카 차스테인 분)와 어린 딸과 함께 크게 부족할 것 없이 사는 평범한 가장이다. 어린 딸이 청각 장애를 갖고 있긴 하지만, 가족과 함께 매년 멋진 해변으로 휴가를 떠날 정도의 여유와 행복을 누리며 산다. 그런데, 어느 날 커티스는 거대한 폭풍이 밀려오고, 누렇게 오염된 빗물을 온몸에 맞는 일을 경험한다. 이때의 기억은 악몽으로 남아 환영인지 실제일지 모르는 공포에 휩싸인다. 악몽과 환영에 시달리던 그는 정신병원에 수감 중인 어머니의 정신분열증이 지금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30대에 첫 발병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을 괴롭히는 망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폭풍우에 대한 두려움만은 떨칠 수 없는 커티스는 집 마당에 방공호를 만들기 시작한다. 방독면과 온갖 생존 물품을 실어나르는 이상행동으로 인해 결국 회사에서도 해고 통고를 받고, 이로 인해 의료보험 혜택이 불투명하게 된 딸아이는 청각복원수술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놓인다. 아내마저 자신을 외면한 상황에서 커티스는 정신 치료를 받기로 결심한다.

평화롭고 행복한 집과 멀리서 다가오는 먹구름. 그 사이에 선 주인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겉보기에 멀쩡한 중산층의 삶, 그 이면에 도사린 붕괴 위기의 징후를 끔찍하리만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집은 거액의 대출을 끼고 있으며, 의료보험은 거액의 약값과 최소한의 치료조차 보장하지 못한다. 일종의 반전이라 할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의 이상행동이 지극히 정상일 수도 있었음을 말한다. 결국, 현대인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실존은 ‘신경증’이라는 것, 그것이 가장 공포스러운 것이 아닐까? 18일 개봉.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