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네임…’ ‘올림푸스의…’ 등 국가간 치열한 암호전 흥미진진
‘윈드토커’ ‘U-571’ ‘에니그마’… 전쟁·냉전 현실 다룬 영화도 다수
‘다빈치 코드’선 인류사 비밀 풀기도
영화 ‘제로 다크 써티’에서 백악관은 아랍 테러 단체 두목 오사마 빈 라덴 은거지로 추정되는 파키스탄 내 한 저택에 관한 CIA의 보고를 받고, 오랜 고심 끝에 미 해병특수부대의 공격작전을 승인한다. 2011년 5월 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온라인으로 전송된 40분간의 실시간 중계 작전 수행 화면을 지켜보다, 한 마디의 보고를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Geronimo E-KIA’. 이는 ‘제로니모, 적 사살’(Geronimo Enemy Killed in Action)라는 뜻으로 ‘제로니모’는 오사마 빈 라덴을 가리키는 미 정부의 암호였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을 그린 영화의 제목도 ‘코드네임 제로니모’였다. ‘제로니모’는 신출귀몰한 행보로 미군을 농락했던 전설적인 인디언 아파치족의 추장 이름이다. 이 때문에 암호명이 알려진 후 미국 원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역사를 바꾼 암호는 1970년 미ㆍ일 합작영화 ‘도라 도라 도라’에도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을 담은 작품으로, ‘도라 도라 도라’가 바로 진주만 폭격작전의 성공을 알리는 일본군의 암호명이었다. 도라(トラ)는 ‘호랑이’라는 뜻의 일본어다. 이 영화에는 미국과 일본 사이의 치열한 정보전이 그려지는데, 일본 공격기 편대의 공격 개시 암호는 ‘도 도 도’, 해군 함대의 진격 명령은 ‘니이다카 야마 노보레’(니이다카 산에 올라라)였다.
암호를 다룬 영화 중 가장 감동적인 작품으로는 러셀 크로 주연의 ‘뷰티풀 마인드’가 꼽힌다.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천재수학자 존 내시의 실화에 바탕한 영화다. 이 작품에서 존 내시는 20세에 이미 프린스턴대에서 학계를 깜짝 놀라게 할 논문을 썼으며, 이 때문에 미국 정부 비밀요원의 의뢰를 받고 구소련의 암호해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존 내시의 천재적인 재능과 정신분열증, 그리고 그의 삶을 구원한 러브스토리를 그렸는데, 실제의 존 내시는 영화와는 달리 구소련의 암호해독이 아니라 ‘외계인이 남긴 메시지’라는 망상에 집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간접적으로 등장하지만, 암호를 다룬 영화로는 전쟁과 냉전의 시대 국가 간 첩보전을 담은 작품이 대부분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암호 작성과 해독을 위해 쓴 기계 ‘에니그마’가 등장하는 작품, 바로 ‘U-571’과 ‘에니그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일본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내기 위해 새로운 암호체계를 만들어낸다.
‘윈드토커’ 역시 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인 작품으로 미군이 일본과의 정보전을 위해 나바호 인디언의 언어로 암호체계로 선택하면서 빚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007’ 시리즈의 제2편 ‘위기일발’ 편은 러시아의 암호해독기를 둘러싼 첩보전을 그렸다. ‘머큐리’는 국방 1급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천재 소년과 그 뒤를 쫓는 FBI의 추격전을 다뤘다. 북한이 워싱턴을 침공한다는 내용을 담아 최근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미국영화 ‘올림푸스의 함락’에선 북한이 미국 핵무기 발사 코드를 알아내기 위해 미국 대통령을 인질로 잡는다.
선조들이 남긴 암호를 통해 ‘봉인된 인류사의 비밀’을 풀거나 지구상 어딘가에 감춰진 보물을 찾는다는 이야기도 오락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기독교가 배척한 이교도의 역사를 추적한 ‘다빈치코드’의 경우 가장 단순한 형태의 암호인 ‘애너그램’이 등장한다. 철자의 배열을 바꿔 원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단어나 문장을 구성해 비밀을 감춰준 메시지가 ‘애너그램’이다. ‘내셔널 트레저’나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는 암호해독이 보물찾기와 관련된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연쇄살인범의 ‘살인 예언’을 암호로 담아낸 실화 바탕의 스릴러도 있다. ‘조디악’이다.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신문사에 암호로 된 편지를 몇 통 보냈다. 이 중 단 한 통만이 해독됐으며, 사건은 결국 미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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