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중군자는 연꽃이오. 이 중 만개한 부용화를 꺾어오라.”

조선 정조 때 윤기(尹愭)가 지은 ‘반중잡영(泮中雜詠)’이라는 풍속기록서를 근거로, 한 드라마에 등장했던 성균관 신입생 신고식 과제이다. ‘부용당’에 거처하는 당대 최고의 미녀 엘리트, 병조판서 딸의 순결을 뺏으라는 경악할 만한 지시였다.

신참의 모진 통과의례인 신방례는 낮에 진행되는 공식 환영회인 ‘상읍례’(선후배간 허리 숙여 인사함)를 치른 뒤 주로 밤에 이뤄진다. 선배들이 과도한 대접을 요구하고 위험천만한 과제를 주기도 해, 신방례 때문에 입학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신병주 교수는 ‘조선평전’을 통해 “신참례의 참뜻은 권력으로 입문한 자들을 혼내주는 것이었는데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작년 9월 신학기 초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사교동아리 ‘와이번스’ 신고식에선 상의를 벗은 채 누워 있는 신입생을 향해 선배들이 양 눈알, 산 금붕어, 고추냉이 등 역겨운 식재료들을 쏟아부어 물의를 빚었다. 영국 대학학생회연합회(NUS)는 이런 환영식을 금지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과거 하버드대 신입생 신고식에서 희생자가 발생했던 미국에서도 양상은 비슷하다. 최근 빗나간 사교클럽의 신입생 학대(hazing)를 금지하자는 학생자치지구 캠페인이 활발하다. 국내 대학도 과음 사망 등 문제가 커지자 대교협과 복지부가 나섰다.

4일 일제히 입학식이 열렸는데, 걱정이 앞선다. 환영식은 ‘추억’의 의미를 넘어서는 안 된다. 청운의 꿈이 담길 스케치북 첫 장을 구토ㆍ괴롭힘ㆍ두려움으로 얼룩지게 할 것인가, 취중진담ㆍ우정ㆍ추억으로 꾸밀 것인가. 우리답게,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미국, 영국이 본받는 새내기 환영회를 구상해보자.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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