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우리의 산하(山河)는 하나다.
백두는 지리산 천왕봉까지 달음질하면서 맏아들격인 1개의 정간(正幹)과 10대강의 정맥(正脈), 12개의 기맥(岐脈)을 낳았다. 태백산맥, 소백산맥이니 하는 ‘산맥’은 왜인 야스 쇼에이가 만든 대한민국 국토 단절의 기록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정간(正幹), 정맥, 기맥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고, 산은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을 나누어 강을 만들었다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리는 백두대간(大幹)을 오르는 산 사람의 마음 자세이기도 하다.
강원도 태백시 매봉산 옆 ‘바람의 언덕’에는 백두대간임을 알리는 바위표석이 있다. “백두대간은 우리 민족 고유의 지리인식 체계이며, 국토의 골격을 형성한다. 자연, 사람, 문화가 함께 살아 숨 쉬는 풍요로운 큰 산줄기이다.”
세찬 바람 때문에 풍력단지가 조성된 ‘바람의 언덕’에서 남동쪽으로 2km가량 떨어진 삼수령(三水嶺)은 세 개의 강물이 갈라진다는 뜻을 가진 고개이다. 백두산 장군봉에서 남하하며 뻗어가던 백두대간이 살짝 우회전하면서 한강의 첫 물줄기를 만들었으며, 좌측으로 형성된 낙동정맥의 동쪽은 낙동강의 발원 연못인 황지(黃池)를 거쳐 낙동강으로 이어졌고, 서쪽은 삼척 일대를 휘감아 돌다 동해로 빠져나가는 오십천을 빚어냈다. 삼수령과 바람의 언덕 중간지점에는 한강, 낙동강, 오십천 강줄기가 갈라지는 ‘3대강 꼭지점’이 있다.
영하 15도, 체감기온 영하 20도 아래로 곤두박질 치는 1월, 18㎞ 길이의 태백 3대강 발원지 탐방로는 용기있는 자의 전유물이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에서 출발해 수아밭령, 비단봉을 거쳐 바람의 언덕에 오른뒤 3대강 꼭지점을 지나 ‘작은 피재’라고도 불리는 삼수령에 당도하는데에만 4시간30분이 걸린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떠나보낸뒤 좌측 낙동정맥의 임도를 따라 대박동, 창신월드, 화약골, 바람부리 마을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황지 연못에 도착하는데에 다시 4시간 가량 소요된다.
바람의 언덕 북쪽 3km지점 대봉산 기슭에 있는 검룡소는 하루 2000톤의 지하수가 석회암반을 뚫고 나와 20여m에 이르는 계단식 폭포를 만드는데 그 물줄기가 용트림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물은 한강으로 이어진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바다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한강 시원(始原)을 찾아 거슬러 올라왔는데, 이곳에 이르러 더 이상 갈 곳이 없자 몸부림친 자국이라 한다.
검룡소에 도착했을때만 해도 모험가임을 자처하는 3050 사나이 넷의 표정엔 자신감이 묻어났지만 바람의 언덕은 과연 매서웠다. 조선중기 예언서 ‘정감록(鄭鑑錄)’에서 훌륭한 피난처로 묘사된 ‘귀내미 마을’을 거쳐 바람의 언덕을 오르는 길 옆은 고랭지 채소단지이지만 흰색 눈가루만 새차게 날릴 뿐이었다. 체감기온 영하 25도. 여름에 이곳은 푸른색으로 도배될 곳이라고 상상하며 풍력발전소 바람개비만 보면서 한걸음 한걸음 옮긴 끝에 도착한 ‘바람의 언덕’은 추위를 잊게할 정도로 장쾌하고 속이 후련할 정도로 전망이 좋았다. 칼날 같은 바람은 얼굴과 손을 후볐지만, 천촌만락과 고산준령을 발 아래에 둔 기쁨을 이기지는 못했다. 바람의 언덕 바로 옆 매봉산은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이 분리되는 곳이다.
풍력발전기의 “쉬익, 쉭” 소리를 들으며 삼수령으로 내려가는 길에 “우리 뿐일 거야”라고 의기양양했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낙엽송 군락지를 지날 무렵 여대생을 포함한 2030세대 네댓명을 마주치는가 싶었는데, 조금 더 가다보니 10대 여럿이 내기하듯 등정을 시도했고 50대 모험가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삼수령 휴게소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한뒤 낙동정맥을 따라 대박동에 들어선다. 이 곳 이름은 시쳇말 ‘대박!’과 통한다. 오르내리는 작은고개가 가파르기 때문에 ‘되다(매우 힘들다)’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대박동을 지나 창신월드, 화약골 삼거리에 이르는 임도는 완만하고 포근하다. 남서쪽으로 달음질 치는 백두대간이 막아준 덕분인지 바람도 덜하다.
7시간을 걷다보니 민가가 보인다. 바람부리 마을이다. 언덕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민가엔 어르신 몇 분만 눈에 띄었지만, 탄광지역 호황일 때 이곳은 광부들이 한껏 목청을 뽐내는 ‘니나노집’들이 모여있었다고 한다.
황지동 자유시간을 거쳐 시내 한가운데 불쑥 연못이 나타나는데, 바로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못이다. 주변 산이 만들어낸 물길이 땅속으로 숨었다가 솟아오른 곳이다. 연못이라 하기에는 너무 맑은 이유다. 이 물은 강원도와 경북의 경계지점에 있는 구문소를 지나 경상도 내륙을 적시고 부산을 거쳐 남해 바다에서 몸을 푼다.
전설은 과학과는 조금 다르다. 옛날 한 노승이 시주를 받기 위해 황부자의 집에 들렀는데, 황부자는 쌀 대신 쇠똥을 퍼주었고, 이를 본 며느리가 노승에게 시아버지의 잘못을 빌며 쌀을 시주하자, 노승은 ‘곧 큰 변고가 있을 것이니 살려거든 나를 따라 오라. 절대 뒤를 돌아봐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노승을 따라 가던 며느리는 집 쪽에서 번개가 치면서 땅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자 노승의 당부를 깜빡 잊고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돌이 되었고, 황부자 집은 땅 속으로 꺼져 지금의 황지연못이 되었다는 것이다.
3대강 발원지 탐방길은 울면서 시작했다 웃으면서 끝내는 곳이라, 매력적이다. 길을 가다 보면 태백 다운 ‘로컬푸드’ 산나물 직매장과 고원자생식물원이 눈길을 끈다. 장쾌한 대간과 정맥 사이로 스토리와 정감이 깃든 곳이다.
누군가 역사는 개척자의 것이라고 했다. 겨울 백두대간 탐방로는 모험가의 것이다. 백두대간 등정을 걸고, 나약해졌을지 모를 나에게 내기를 걸어보자.
/abc@heraldcorp.com
■한강발원지 검룡소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마성 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 탄뒤 제천 IC에서 나와 38번 국도를 따라 정선·고한 방향으로 갔다가 태백으로 향하는 35번 국도를 갈아탄다. 정선에서 태백시계로 진입해 국내 기차역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추천역 진입로를 지나 4km 지점에 있는 삼수동 3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혈암길이 나온다. 혈암은 정선 고한 사북과 함께 우리나라 고생대 식물 화석이 발견된 곳이다. 혈암길을 따라 1km쯤 가면 국내에 몇 안되는 산나물 직판장이 보인다. 이어 고원자생식물원이 있는 구와우 마을과 해발 900m 지점의 삼수령(피재) 휴게소를 지나면 백두대간로로 이어지고 3.8km 지점을 지나 검룡소 입구 팻말이 나오면 좌회전한 뒤 한강발원지 마을을 거쳐 5km를 진행하면 검룡소 입구가 나온다.
■먹거리= 태백의 먹거리로는 광부들의 삶이 투영된 것, 고원지역 특성과 관련된 것 등이 있다. 그 중 다른 지역과는 색다른 닭갈비 요리가 이채롭다. 춘천닭갈비는 채소와 고기를 양념과 함께 볶지만 ‘태백 닭갈비’엔 국물이 있다. 춘천닭갈비에 양배추가 들어가지만, 태백 닭갈비엔 쑥갓 등이 들어간다. 나머지 재료는 거의 비슷하다. 떡은 기본으로 들어가고, 취향에 따라 우동 라면 등 면을 선택적으로 추가한다. 태백닭갈비의 역사는 태백탄전지대의 형성과 때를 같이한다. 태백닭갈비가 국물이 있는 이유는 채탄작업으로 칼칼해진 목을 씻는데, 닭고기 국물이 최고라는 인식 때문이다. 춘천닭갈비가 울고 갈 태백닭갈비는 50년 전통의 ‘송이닭갈비’(033-552-9995)가 유명하다. 현재의 주인인 주순옥씨가 인수한지는 30년 됐다. 낙동각 발원지인 황지공원에서 시작돼 국민은행 태백지점까지 이어지는 먹거리길 중간 쯤에 있다. ‘태백닭갈비(033-553-8119)는 황지공원에서 황지공원길 남쪽 100미터 지점에 있다. 닭고기를 재어 놓을 때 커리의 재료인 강황을 넣어 육질도 연하고, 칼슘보강 및 항균작용도 한다. 한우 갈비살이 연하고 가격도 착한 태백실비식당(033-553-2700), 해산물과 순대를 잘 조화시켜 ’코다리 순대‘로 유명한 정원(033-553-6444), 강원도 대표 식재료 중 하나인 감자로 수제비를 만드는 허생원먹거리(033-552-5788) 등을 찾을 만도 하다. 산채, 고랭지 채소, 송어, 산천어 음식도 유명하다. 송어회는 1kg에 1만원으로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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