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7회> 총칼 없는 전쟁 37
“ ‘하나’, ‘두리’, ‘세나’… 너희 셋은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라. 룸에 들어가면 유민 회장과 낯선 손님 일곱 분이 계실 거야. 남자가 무려 여덟명이나 된다는 말이지. 문제는 우리 여자들이 네 명뿐이란 사실인데…”
“그런 경우가 뭐 한 두 번인가요? 한 사람이 남자 둘씩 상대하면서 놀면 되지요. 처음엔 서로 파트너를 양보하다가도 술에 취하면 누가 누구 파트너인지도 몰라요.”
“술 마시고 노는 동안에는 대충 어울려서 놀 수야 있지. 문제는 2차야. 너희들도 잘 알다시피 회장님이 2차를 빼먹은 적이 없잖아? 그게 고민이라고.”
2차! 소위 2차라고 불리는 행위야말로 술꾼들에게는 우주적 열망이거나 혹은 창조적인 충동으로 여겨져 오곤 한다. 그러나 진실은 사랑을 빙자하면서도 진정 사랑의 기쁨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애욕과 쾌락일 뿐이다. 과연 그 열망이 얼마나 강렬하기에 술 취한 몸을 비척이면서도 고행하듯 호텔방으로 들어가 기꺼이 옷을 벗는 것일까?
“우리가 노는 동안 다른 가게 아가씨들에게 지원 요청을 하면 되지요 뭐.”
“물론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내 단골손님들을 다른 집에 뺏길 우려가 있어. 또한 그런 짓을 하기엔 유리의 성 마담으로서 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아.”
‘유리의 성’ 마담 송유나는 자못 비장한 투로 동생들에게 말했다. 화류계 생활 8년… 소위 ‘밤의 장미’로 살아 온 지난 8년 동안 동생들 앞에서 오늘처럼 비장한 표정을 드러내긴 처음이었다.
“적어도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장안을 주름잡는 거물들이야. 안 그래? 그런 거물들을 상대하면서 남의 가게 애들을 대타로 채워 넣는다고?”
“그럼 어쩌시려고요? 남자 네 명이 남아도는데?”
“그래서 부탁하는 건데… 너희 셋 중에서 누구 한 명이 애욕의 신 ‘카마’가 되어 달라는 거야. 태초의 혼돈에서 최초로 태어나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카마로 변신해서 남자들 다섯 명의 욕망을 동시에 해결해 달라는 거지.”
정말이지 송유나의 말솜씨는 일품이었다. 가방끈이 길기 때문일까? 믿거나 말거나지만 미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래 대한민국 신사들의 성애지식 함양을 위해 몸 바치기로 결심했다는 말이 사실로 여겨질 만한 대목이었다.
“언니!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 여자 혼자서 남자 다섯 명을 상대하라는 거 아니에요?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어머, 얘 좀 봐. 너처럼 예쁜 애라면 남자 다섯 명쯤은 충분히 홀릴 수 있어. 양쪽 발가락으로 각각 두 명을 홀리고, 또 양쪽 손으로 나머지 두 명을 홀리고, 마지막 한 명은… 조금 망측하긴 하지만…”
이를테면 United Congress! 어떤 수단을 강구하든지간에 상대 남자 다섯 명에게 동시에, 동질의 쾌락을 전해줄 수 있으리라는 거였다. 어찌 생각하면 패륜의 극치를 달리는 일이겠지만 사랑의 기쁨을 동시다발적으로 누리게 한다는 의미에서는 선(善)을 행하는 창조적 행위일 수도 있었다.
“이렇게 말예요? 어머, 망측해라.”
세 명의 동생 중에서 그중 언니 격인 ‘하나’가 엉덩이로 몸을 지탱한 채 앉아서 손가락과 발가락을 꼬물꼬물 움직이며 물었다.
“남녀가 옷 벗고 어울려 노는데 망측할 게 뭐 있니?”
송유나는 이렇게 말하며 손뼉을 딱딱! 마주쳤다. 애욕의 신 ‘카마’로 ‘하나’가 결정되었음을 선포하는 의미였다. ‘하나’도 싫어하는 기색은 내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는 새롭게 경험하게 될 일에 호기심마저 느끼고 있는 듯했다.
하긴, 인도의 성애교전 ‘카마수트라’에는 남자 한 명이 다섯 명의 여자에게 동시에, 동질의 쾌락을 안겨주는 대목이 전해져 온다. 그 남자 역시 손가락, 발가락을 사용하지만 다섯 명의 상대에게 균등한 만족을 안겨줄 수 있다고 하니…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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