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25년전 KAL(칼) 858기 폭파범 김현희(51)씨가 MBC 대담프로그램에 출연, 2003년 자사 보도프로그램 ‘PD수첩’의 내용을 정면반박했다.

김현희씨는 15일 방송된 MBC ‘특집대담-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 편에 출연했다. 긴급편성으로 노조의 강력한 반발과 잡음이 이어졌음에도 강행된 이날 방송에서 김씨는 2003년 11월18일 방송된 ‘PD수첩-16년간의 의혹, 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 편은 ‘왜곡보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방송으로 인해 받게됐던 그간의 고통도 함께였다.

김씨는 먼저 “MBC가 당시 남편이 없는 우리집을 습격해 촬영해갔다. 그건 한마디로 테러였다”면서 “한 살·세 살 된 두 아이를 엎고 집을 나와 그때부터 지금까지 추방생활을 한지 만 10년이 됐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나 괴로웠고, 내게 자살을 하고 싶을 정도의 고통을 줬다”고 토로했다.

당시 MBC ‘PD수첩’에서는 김현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김현희가 진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김씨는 이를 지적, “어떻게 공영방송인 MBC ‘PD수첩’에서 그렇게 할 수 있냐”고 격앙된 어조로 전하며 “가짜 의혹 조성에 나선 지상파 방송들이 공정보도를 해야 하는데 여태 사과도 안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씨는 이어 “MBC는 내가 가짜라는 부정적인 내용을 방송하면서도 내가 누구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비꼬면서도 뒤늦게 대담프로그램을 편성한 MBC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김현희씨의 주장은 일관됐다. 당시 방송에 대해 정면반박하며 “내가 가짜면 대한민국이 KAL 858기를 폭파한 테러국이 되는 것이고 테러를 한 당사자 북한은 누명을 쓰는 것이 된다. 진짜를 가짜라고 말할 수 있냐”는 강조였다. 특히 ‘가짜 김현희 논란’은 “국가문란이나 이적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 김씨는 “그때 (의혹 제기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당시 ‘PD수첩’에서는 KAL기 사건의 유족들과 천주교 사제단을 중심으로 일었던 사건진상에 관한 의혹을 다루며 ‘김현희는 가짜’라는 주장을 내놓은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정의구현사제단을 보도했으며, “김현희는 완전히 가짜”라고 주장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의 모습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했다. 심 변호사의 모습은 이날 방송에서도 자료화면으로 등장했다.

김씨는 앞서 지난해 6월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 출연해 비슷한 주장을 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본격적으로 나를 두고 ‘가짜 몰이’를 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나의 거처는 보안사항인데 MBC가 습격해 노출시켰고 이후 방송 3사가 나를 가짜로 모는 편파 방송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씨가 출연한 당시 방송에 대해 유족들은 “TV조선에 출연한 김현희의 언행은 지난 25년간 슬픔과 고통속에 살아온 KAL 858기 피해자 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준 파렴치한 행위”라며 “조선일보와 김현희에게 사과를 요구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날 방송에서 당시 폭파사건을 언급하며 유족들에게 “너무 큰 아픔과 고통을 드렸다”며 “말로 한들 치유될 수 있겠나 싶지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는 말을 덧붙였다.

북한 공작원 출신 김씨는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 115명을 살해한 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1990년 노태우 정권 때 특별사면을 받았다. 당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국 방콕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858기는 미얀마 상공 안다만 해역에서 폭발, 탑승객 115명 전원이 사망했다. 국가안전기획부는 “일본인으로 위장한 북한 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하치야 마유미)가 북한의 지령에 따라 88서울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저지른 범행”이라고 밝혔지만, 김씨의 국내 압송시점이 1987년 대선 전날인 데다, 블랙박스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북풍을 목적으로 한 정보기관의 조작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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